나·원·윤 “배신” 협공에 한동훈 반격 “지지자 쫓는 자해정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그간 나경원·원희룡·윤상현 후보의 협공에 반응하지 않던 한동훈 후보가 맞대응에 나서면서 국민의힘 당권 주자 간 공방이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다.

국민의힘 당권 주자인 나경원·원희룡·윤상현·한동훈 후보가 1일 세미나 참석과 방송 출연 등에 나섰다. 이날 나 후보는 국회에서 열린 안보 관련 세미나에 참석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당권 주자인 나경원·원희룡·윤상현·한동훈 후보가 1일 세미나 참석과 방송 출연 등에 나섰다. 이날 나 후보는 국회에서 열린 안보 관련 세미나에 참석했다. [연합뉴스]

한 후보는 1일 오전 페이스북에서 “일부 후보들이 ‘공포 마케팅’에 여념이 없다”며 “이는 구태이자 가스라이팅이고, 확장은커녕 지지자도 쫓아내는 뺄셈과 자해 정치”라고 비판했다. ‘한 후보가 대표가 되면 윤석열 대통령의 탈당·탄핵 사태가 도미노처럼 벌어질 것’이라는 공세에 맞대응한 것이다. 한 후보는 ‘대야 투쟁에선 말 한마디 않던 여당 인사의 내부 총질’이라는 한 지역 언론의 사설 문구도 공유했다.

한 후보는 같은 날 CBS라디오에서 원 후보와 나 후보를 저격했다. ‘한 후보가 총선 뒤인 5월 12일 식사 자리에서 전당대회에 출마하지 않을 것처럼 얘기했다’는 원 후보의 주장에 대해 그는 “그런 얘기를 안 했는데 입맛에 맞게 윤색하고 왜곡하는 게 좀 이상해 보인다”며 “제가 그분을 열심히 도와줬고, 고마워서 밥 사겠다고 해서 만난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당권 주자인 나경원·원희룡·윤상현·한동훈 후보가 1일 세미나 참석과 방송 출연 등에 나섰다. 원 후보는 김영환 충북지사를 만나 환담을 나눴다. [뉴스1]

국민의힘 당권 주자인 나경원·원희룡·윤상현·한동훈 후보가 1일 세미나 참석과 방송 출연 등에 나섰다. 원 후보는 김영환 충북지사를 만나 환담을 나눴다. [뉴스1]

원 후보가 이날 SNS에 “한 후보는 민주당원입니까”라는 글을 올린 것에 대해선 “원 후보가 2018년 (새누리당) 탈당 뒤 제주지사 선거에 무소속으로 나왔을 때 ‘민주당으로 갈 수도 있다’는 말을 했다”며 “저는 국민의힘에서 정치를 마칠 생각”이라고 꼬집었다. 원 후보가 6년 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제주도민의 명령이라면 (민주당 입당 등) 모든 것을 열어놓고 생각하겠다”고 했던 것을 상기시킨 것이다. 원 후보 측은 “실제 민주당에 입당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도민의 의견을 무한 경청하겠다는 뜻이었다”고 해명했다.

같은 날 윤 후보는 인천시당에서 당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뉴시스]

같은 날 윤 후보는 인천시당에서 당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뉴시스]

나 후보를 겨냥해선 지난해 전당대회 이야기를 꺼냈다. “지지율이 5%였던 김기현 전 대표가 인위적인 지원을 통해 당 대표가 됐고, 그때도 누가 되면 탄핵이 되니, 배신의 정치니 하는 (나경원 당시 후보를 겨냥한) 똑같은 얘기가 있었다”면서다. 그러면서 “나 의원은 그때 일종의 ‘학폭(학교 폭력) 피해자’였는데, 지금은 학폭 가해자 쪽에 서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당시 나 의원은 초선 의원 48명이 불출마를 요구하는 연판장을 돌리고, 친윤계가 집중 공세에 나서자 당 대표 도전을 접었다.

국민의힘 당권 주자인 나경원·원희룡·윤상현·한동훈 후보가 1일 세미나 참석과 방송 출연 등에 나섰다. 한 후보는 서울 양천구의 한 방송사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뉴스1]

국민의힘 당권 주자인 나경원·원희룡·윤상현·한동훈 후보가 1일 세미나 참석과 방송 출연 등에 나섰다. 한 후보는 서울 양천구의 한 방송사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뉴스1]

지난달 23일 출마 선언 이후 한 후보가 특정 후보를 비판한 건 처음이다. 지난 주말을 기점으로 “탄핵에 말려들면 국민에 대한 배신”(30일 원희룡), “사익을 위한 배신은 문제”(29일 나경원)라는 등 ‘배신’ 공세가 쏟아진 게 한 후보의 태세 전환을 불렀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재선 의원은 “배신의 정치는 유승민 전 의원을 겨냥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표현으로 ‘탄핵 트라우마’를 자극한다”며 “한 후보 측이 프레임 확산을 조기 차단하겠다고 나선 것”이라고 해석했다.

한 후보의 반격에 다른 주자들은 발끈했다. 원 후보는 “전당대회를 축제로 만들자”는 한 후보의 말을 “총선 참패의 주된 책임자가 할 말은 아니다”고 받아친 뒤 “탄핵 징검다리가 될 (채 상병) 특검을 발의하겠다는 참 나쁜 정치”라고 비판했다. 나 후보는 한 후보의 ‘학폭’ 비유에 대해 “저는 (한동훈·원희룡 후보 측의) 잠재적 학폭 가해자로부터 학폭 추방운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상현 후보는 “엄격한 잣대로 남을 수사하던 분이 자기에 대한 비판은 조금도 받아들이지 못한다. 반박 강박증”이라고 지적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