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재 유치 쉽게, 연구유학생·연구원 비자 확대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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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우수한 외국인 교수나 학생들을 한국에 채용·유치하기가 비자 등 제도적 미비로 쉽지 않다.”

노벨상에 가장 근접한 국내 과학자 중 하나로 꼽히는 김빛내리 서울대 생명과학부 석좌교수가 4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이공계 활성화 대책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한 말이다. 법무부는 1일 연구유학생(D-2-5)과 연구원(E-3) 비자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글로벌 인재 유치에 어려움을 겪는 과학·기술 분야에 숨통을 틔워보겠다는 취지다.

우수 외국 인력 부족 현상은 대기업으로도 번지고 있다. 2022년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등의 ‘외국인 이공계 석·박사 인재’ 수요 조사에 따르면 부설연구소를 보유한 기업 300곳 가운데 전체의 69%가 ‘외국 인력 확대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내국 인력 부족’(43%), ‘해외시장 진출 업무에 활용’(43%), ‘국내 인력 대비 전문성 및 능력 우수’(33%) 등의 이유였다.

연구유학생(D-2-5) 비자는 그간 ▶석·박사 학위 소지자 ▶한국과학기술원·경북과학기술원·울산과학기술원·광주과학기술원·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 등 이공계 특성화기관 5곳이 초청한 해외 학사 재학생에 한해서만 허용됐다.

이에 법무부는 영국 타임스 고등교육 세계 평판도 랭킹 200대 대학 또는 영국 큐에스(QS) 세계 대학순위 500위 이내 국내 대학의 경우엔 이공계 해외 학사 과정 재학생을 초청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했다. 서울대·연세대·고려대·포항공대·성균관대·한양대 등이 연구유학생 초청 가능 대학에 새로 편입되는 셈이다.

해외 연구원(E-3) 비자도 문턱을 낮췄다. 국외 석사 학위 소지자에게 요구하던 ‘3년 이상의 경력’ 대신 ‘경력이 없더라도 우수대학 졸업·우수논문 저자인 경우’로 연구원 초청 자격을 완화했다. 다만 비자 확대가 우수 인력의 국내 정착으로 이어지려면 영주·귀화의 허들을 낮춰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6월 윤명숙 전북대 교수팀이 교육부에 제출한 ‘지자체-대학-기업 연계 학생 교류 활성화 방안 마련을 위한 정책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외국인 유학생 중 국내 취업이 된 경우는 전체의 8%에 불과했다. 대학원 유학생(2199명) 중 55.5%는 “한국에서 진학·취업을 원한다”고 답했지만 결과적으로 ‘미스매치’가 일어나는 셈이다.

이런 지적에 따라 법무부는 지난해부터 KAIST 등 이공계 특성화기관 5곳을 대상으로 ‘과학·기술 우수인재 영주·귀화 패스트트랙’을 추진하고 있다. 귀화까지 6년 이상 소요되던 기존 4~5단계의 복잡한 절차를 3년 이내 3단계로 줄였다. 하지만 적용 대상이 제한적이라는 한계도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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