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푸르게 펼쳤다, 안데르센상 작가의 상상력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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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이수지는 어린이의 움직임을 역동적으로 표현한다. 전시에서는 색종이 콜라주와 오일 파스텔을 이용해 다양한 질감과 색감으로 여름을 표현한 『여름이 온다』의 원화 작품 등을 볼 수 있다.

이수지는 어린이의 움직임을 역동적으로 표현한다. 전시에서는 색종이 콜라주와 오일 파스텔을 이용해 다양한 질감과 색감으로 여름을 표현한 『여름이 온다』의 원화 작품 등을 볼 수 있다.

무더운 여름, 세 아이가 누가 물풍선을 더 멀리 던지나 내기를 하고 있다. 몸이 작은 아이는 거침없이 발을 내디디며 팔에 온 힘을 싣는다. 바닥에는 아이들이 던진 오색찬란한 물풍선이 어지러이 흩어져 있다. 공중에 흩뿌려진 물과 날아다니는 물풍선으로 세상은 온통 파란색이다.

전남 순천 시립그림책도서관에서 만날 수 있는 ‘여름의 무대, 이수지의 그림책’은 2022년 한국인 최초로 아동문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을 수상한 그림책 작가 이수지의 작품 세계를 조망하는 전시다.

전시에서는 그림책 원화 작품들과 25m 길이의 대형 아트프린트, 벽화, 애니메이션, 가제본, 작업 일지 등을 볼 수 있다.

전시장에서 관객을 가장 먼저 반기는 것은 ‘옛날 옛적에’ 코너다. 한국 전통 설화에 이수지의 상상력을 버무린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상반된 의미의 두 단어를 보고 이수지가 느낀 점을 그린 ‘반대말 백자’ 전시장으로 들어서자 ‘갇힌’ 그림에서 백자 속에 머물던 용은 ‘해방된’에서 백자 밖으로 뛰쳐나와 하늘로 솟아 오른다. 깨진 백자에서 물이 새 나오는 ‘불가능한’은 두꺼비가 그 틈을 메우며 ‘가능한’으로 바뀐다. 두 단어에서 무궁무진한 스토리를 뽑아내는 작가의 상상력이 놀랍다.

‘아이들은 빗방울처럼’은 이수지의 작품 세계를 면밀히 들여다보는 코너다. 2021년 출간된 그림책 『여름이 온다』 원화 전시 등이 펼쳐진다. 『여름이 온다』는 작가가 비발디의 ‘사계’ 중 여름 1~3악장을 듣고 영감을 받아 각 악장의 연주 속도와 시간을 반영해 그린 작품이다.

이수지는 어린이의 움직임을 역동적으로 표현한다. 전시에서는 색종이 콜라주와 오일 파스텔을 이용해 다양한 질감과 색감으로 여름을 표현한 『여름이 온다 』 의 원화 작품 등을 볼 수 있다.

이수지는 어린이의 움직임을 역동적으로 표현한다. 전시에서는 색종이 콜라주와 오일 파스텔을 이용해 다양한 질감과 색감으로 여름을 표현한 『여름이 온다 』 의 원화 작품 등을 볼 수 있다.

『여름이 온다』에서 온몸으로 여름을 맞이한 아이들은 시원한 물줄기를 뿜어내고, 물줄기는 하늘로 올라 일곱 빛깔 무지개가 된다. 이수지는 아이들의 역동적인 움직임을 표현하기 위해 색종이 콜라주 위에 오일 파스텔로 그림을 그렸다. 색종이를 오려 앉힌 모양 위에 또 한 번 선을 그어 아이의 움직임을 표현했고, 그 위에 시원스레 뻗어 나가는 물을 그렸다. 파란 물줄기는 공중에서 터지고 산발하며 온갖 질감으로 뻗어 나간다.

또 2020년 출간된 아코디언 책 『물이 되는 꿈』은 25m 길이의 대형 아트프린트로 재현했다. 한 소년이 파란색 수채 물감 속을 유영한다. 흐르는 물결을 따라 아이는 강으로, 바다로, 나아간다. 어느새 물이 된 아이는 비가 되어 땅으로 내려와 돌로, 흙으로 스며들고 새가 되어 하늘을 난다.

‘네 개의 책상’은 이수지의 작업실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공간이다. 작품 구상 단계에서 그린 미완성 스케치도 전시돼 있는데, 연필로 갈긴 듯한 그림에서도 리듬과 생동감이 느껴진다.

이수지의 그림책 『그늘을 산 총각』을 바탕으로 만든 인형극 ‘그늘의 주인’ 공연도 한다. 평일 1회, 주말·공휴일 2회 그림책 극장에서 열린다. 전시장 2층에 마련된 ‘그림자 극장’은 어린이들이 작가의 책에 등장하는 동물 모습을 벽면에 그림자로 띄우며 노는 공간이다. 전시장 1층에선 작가의 모든 작품을 단행본으로 볼 수 있다. 전시는 9월 22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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