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못 갚은 돈 10.8조 역대 최고 … 2년만에 3.7배 늘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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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자영업자가 갚지 못한 사업자대출 규모가 역대 최대로 불어났다. 고금리·고물가가 내수를 위축하는 동시에 이자비용까지 가중시키면서 매출과 비용 양 측면에서 자영업자를 내리누르는 모양새다.

1일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은행에서 받은 자영업대출 자료에 따르면 1분기 말(3월 말) 자영업자의 전체 금융권 사업자대출 연체액은 10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1달 이상 연체된 원리금 액수를 합친 것으로, 2009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큰 규모다. 2022년 1분기 말(2조9000억원)보다 7조9000억원 급증해 2년 만에 3.7배 늘었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자영업대출 연체율은 올해 시작부터 3개월 동안 0.33%포인트 치솟았다. 1분기 말 연체율은 1.66%를 기록했는데 이 역시 2013년 1분기(1.79%) 이후 1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속도뿐 아니라 추세도 문제다. 연체액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2022년 2분기 말 자영업대출 연체액이 2조8000억원을 기록한 이후 지난 1분기까지 7개 분기 연속으로 늘고 있다. 이 기간 연체율 역시 꾸준히 상승했다.

연체가 계속되는데 자영업자의 전체 대출 규모는 커졌다. 가계대출까지 포함한 자영업자의 전체 금융권 대출은 지난 1분기 말 1055조9000억원(사업자대출 702조7000억원+가계대출 353조2000억원)으로 추산됐다. 직전 분기(1053조2000억원)보다 2조7000억원 늘면서 역대 최대 기록을 다시 세웠다.

계속된 연체로 결국 대출을 갚지 못한 소상공인을 대신해 지역신용보증재단이 변제한 빚은 1조원을 돌파했다. 지난 1~5월 지역 신보의 대위변제액은 1조291억원에 달했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5911억원)보다 74.1% 증가한 수준이다. 소상공인이 빚을 감당할 수 없게 되자 은행에서 대출받을 때 보증을 선 지역 신보가 대신 갚아주는 게 대위변제다.

대위변제 규모가 대폭 늘었다는 건 그만큼 소상공인 경영 상황이 악화했다는 뜻이다. 서울 성동구에서 디저트 카페를 운영하는 박모(42)씨는 코로나19 확산 때인 2021년 받은 대출을 지금까지 갚고 있다. 그는 “코로나가 끝나면 경영상황이 좋아질 것이라 기대했는데 아니었다”며 “월 70만원 수준이던 이자는 이제 120만원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고금리가 장기화로 인해 자영업자에겐 코로나19 대출 청구서가 더 많은 이자로 날아들었다. 고금리가 내수를 위축하고 있어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5월 소매판매액지수(불변)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 감소하면서 같은 기간 기준 2009년 금융위기 때 이후 15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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