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스만 때 배운점 없나”…홍명보, KFA에 쓴소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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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차기 축구대표팀 감독 후보로 꼽혔던 울산 홍명보 감독. 대한축구협회의 감독 선임 작업이 차질을 빚자 작심한 듯 쓴소리를 했다. [연합뉴스]

차기 축구대표팀 감독 후보로 꼽혔던 울산 홍명보 감독. 대한축구협회의 감독 선임 작업이 차질을 빚자 작심한 듯 쓴소리를 했다. [연합뉴스]

차기 축구대표팀 감독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홍명보 울산HD 감독이 대한축구협회(KFA)의 행정 시스템을 작심한 듯 비판했다. 그는 또 대표팀 감독 선임에 대해서도 사실상 거절 의사를 밝혔다.

홍명보 감독은 지난달 30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포항 스틸러스와의 K리그1 20라운드 원정 경기를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축구대표팀 감독 선임과 관련해 KFA의 미흡한 행정력을 날카롭게 꼬집었다. 지난 2월 이후 4개월 가까이 정식 감독을 선임하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을 뽑을 때까지의 전체 과정과 그 이후 일어났던 일을 생각해보면 협회가 과연 얼마나 학습이 된 상태인지 묻고 싶다”고 날을 세웠다.

축구대표팀 감독 선임 작업을 이끌어 온 정해성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장이 지난달 28일 돌연 사임한 것에 대해서도 홍 감독은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협회에서 누구도 정해성 위원장을 지원해주지 않은 것 같다”며 “이 시점에서 그 일(감독 선임)을 담당하는 위원장이 사퇴했다는 건 무언가 일이 있었다는 뜻”이라고 말해 협회 내부에 갈등 관계를 포함한 문제가 있었음을 시사했다.

2017년부터 2020년까지 KFA에서 전무이사로 근무한 경험을 떠올린 그는 “내가 일할 때는 김판곤 강화위원장(현 말레이시아대표팀 감독)이 계셨고, 김 위원장은 책임과 권한을 모두 가지고 일을 했다”면서 “한국 축구에 맞는 인물이라고 생각하면 (김 위원장이) 국적을 불문하고 누구든 직접 뽑을 수 있었다. 그렇게 선임한 분이 파울루 벤투(포르투갈) 전 감독”이라고 말했다.

클린스만

클린스만

홍 감독은 KFA 업무 역량을 높이기 위한 첫 단추로 행정직원들의 변화를 촉구했다. 그는 “협회 내부를 보면 위원장 자리는 전문성 있는 분들이 맡는다. 상벌위원장은 법조인, 의무위원장은 의료인이 하는데 이분들을 도와주는 건 협회 행정직원들의 몫”이라며 “고위급 행정 직원들이 도와주지 않으면 절대 일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홍 감독의 발언은 정해성 위원장을 비롯한 강화위원회가 새 감독 선임을 위해 활동하는 과정에서 협회로부터 충분한 행정적 지원을 받지 못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강화위가 앞서 제시 마쉬(미국) 전 리즈 유나이티드 감독, 헤수스 카사스 이라크대표팀 감독 등 여러 지도자를 차기 감독 후보로 낙점했지만, 계약 협상 실무를 맡은 협회 측에서 합의를 끌어내지 못해 무산됐다.

홍 감독은 “내가 (축구대표팀 차기 사령탑) 1순위 후보로 올라갔다고 언론을 통해 들었다.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서 일종의 ‘가이드라인’이 정해졌다는 것”이라면서 “협회에서 나보다 더 경험 많고 경력과 성과가 뛰어난 분을 모셔오면 자연스럽게 내 이름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내 입장은 항상 같으니 (울산) 팬들께서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말했다. 자신이 축구대표팀 차기 감독 후보로 거론되는 상황에 대해 사실상 고사하겠다는 뜻을 밝힌 셈이다.

이에 앞서 김도훈 전 축구대표팀 임시 감독이 고사 의사를 밝힌 데 이어 홍 감독마저 대표팀 지휘봉을 잡지 않겠다는 뜻을 드러내면서 축구대표팀 차기 사령탑 선임 작업은 다시금 외국인 지도자 위주로 흘러가게 됐다. 이와 관련해 대한축구협회는 지난달 30일 외국인 지도자 위주로 최종 후보 우선순위를 다시 정하고 조만간 대면 협상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정해성 위원장이 사퇴를 선언해 생긴 빈자리는 이임생 기술발전위원장이 맡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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