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간 민원에 시달렸다"…부산 40대 장학사 숨진 채 발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부산시교육청 전경. 연합뉴스

부산시교육청 전경. 연합뉴스

부산시교육청 소속 장학사가 경남 밀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 장학사는 최근 부산의 한 중학교의 교장 공모제 관련, 항의 민원에 시달려왔다고 주변인들은 전했다.

1일 부산시교육청·밀양경찰서 등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달 28일 오전 11시쯤 경남 밀양시 한 야산 인근에서 자동차 안에 숨져 있는 시교육청 소속 A장학사(40대)를 발견했다. 경찰은 A장학사 직장 동료의 실종 신고를 받고 수색에 나섰다. 전날(27일) 병가를 냈던 A장학사가 다음 날도 출근하지 않자, 이를 걱정한 직장 동료들이 자택을 찾았지만 A장학사는 집에 없었고 연락도 닿질 않았다. 경찰은 현재까지 A장학사 사망 관련 타살 정황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시교육청에 따르면 올 3월부터 교장 공모제 업무를 담당한 A장학사는 사망하기 전 약 한 달 동안 지속적인 항의 민원에 힘들어했다고 한다. 앞서 4년간 내부형 교장 공모제를 시행 중이던 부산의 B중학교가 이번에 교장 공모제 대상 학교에 재지정되지 않은 뒤부터다. 교장 공모제는 교장자격증 또는 초·중등학교 교육경력 15년 이상인 교육공무원 또는 사립학교 교원을 교장으로 선발하는 제도다.

B중학교는 지난 5월 22일 교장 공모제 시행 대상 학교로 지정되지 않았다는 통보를 받았다. 시교육청 자문단과 지정위원회 심의, 교육감 결정 절차 등을 거쳐 결정됐다고 한다. 하지만 이 학교 측 관계자들은 국민신문고와 시교육청 홈페이지 '부산교육감에 바란다' 등 게시판에 교장 공모제 미지정 사유 공개와 재검토를 요구하는 각종 민원을 약 40건 접수했다. 학교 측 관계자가 10여 차례 항의 전화나 방문도 했다. 반복된 민원에 A장학사는 주변인에게 ‘다 버리고 여행을 가고 싶다’ 며 불안해하기도 했다고 한다.

시교육청은 감사관실을 통해 B중학교의 내부형 교장공모제 처리 과정에 문제가 있었는지, 민원과 항의를 제기하면서 강요·협박·폭언이 있었는지 등을 조사 중이다. 경찰도 A장학사 휴대전화를 포렌식하는 등 사건 경위를 수사하고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감사관실 조사 결과와 경찰 수사 결과를 바탕으로 위법 사항이 있으면 민원인을 고소·고발하는 등 조처를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