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강사 바지는 XXL이었다…‘바퀴벌레 소굴’ 그 집의 비극

  • 카드 발행 일시2024.07.02

고인은 하나인데 의뢰인이 둘이었다.
한 명은 집주인, 또 한 명은 고인의 여동생.

처음엔 모르고 차례로 전화를 받아 상담해 줬다.
나중에 보니 사연과 지역이 비슷했다.
이상하다 싶어 좀 더 캐물어 보니 같은 사건이었다.
두 사람이 각자 우연히 내게 상담해 온 것이다.

보통 전화로 1차 상담 때에 작업 방식은 정해진다.
연령대, 사인, 방치 기간, 계절, 평수와 같은 내용으로 대략 소위 ‘견적’을 낸다.
하지만 현장엔 변수가 많다.

홀로 살다 떠난 이들이기에 유가족도 고인의 자세한 삶을 모른다.
집 안에 들어가보지도 않고 전해듣거나 짐작한 내용으로 상담할 때가 많다.

혼자 살았으니 짐이 적다고들 하는데 실상 현장에 가 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아무리 혼자 살았어도 생활에 필요한 가구나 가전제품이 있다.
자잘한 물건들은 수납장에 들어가 있다.

겉보기엔 단출한 살림 같지만, 모조리 꺼내 포장하다 보면 보이는 것 2배 이상의 짐이 나온다.
또 짐보다 쓰레기가 만만치 않다.
‘집 안에 쓰레기가 많더라고요’ 하는 정도로 전한다.
보통 사람들은 그런 상황에서 살아보지 않았기 때문에 쓰레기의 양 자체를 가늠하지 못하는 것이다.
쓰레기가 발목 높이인지, 무릎 높이인지, 쓰레기의 종류가 무엇인지.
그에 따라 작업량과 방식은 완전히 달라진다.

# 고독한 죽음, 떠들썩한 현장 

현장에 도착하니 나를 기다리는 이가 4명이나 됐다.
의뢰를 한 집주인과 여동생 외에 위층과 옆집 이웃들까지 나와 있었다.

집주인이 한숨을 쉬었다.
“대부분 출근해서 그렇지, 지금까지 난리도 아니었어요….”

다른 세입자들이 진작부터 방을 빼달라고 아우성을 친 모양이다.
집 안을 둘러보니 그들의 고충도 어느 정도 짐작이 갔다.

이웃들은 그간 겪은 악취와 바퀴벌레 소동의 불편함을 토로했다.
일이 이렇게 되기까지 몰랐다는 데에 어느 정도 죄책감은 품고 있었지만 말이다.

고인과 각기 다른 관계의 사람들이 한꺼번에 내게 하소연해대기 시작하니 정신이 없었다.
고독한 죽음에 이렇게 떠들썩한 현장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