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맛집 감탄 후 내려온 그때…“우우” 들린 의문의 귀곡성 ③

  • 카드 발행 일시2024.07.02

울릉도를 일주도로(43㎞)가 아닌 트레일(Trail)을 따라 걸었다. 옛사람들이 산나물 캐러 가던 길, 미역 따러 가던 길, 내륙에서 포구로 나가던 길이다. 호모 트레커스는 지난 6월 10일부터 5일간 65㎞ 트레일을 모두 걸었다. 울릉도 라운드 트레일 3편은 섬 북쪽 추산에서 시작해 섬 서쪽 남양항까지 23㎞ 길이다.

글 싣는 순서

① 첫날, 도동~내수전 10㎞
② 둘째날, 내수전~추산 22㎞
③ 셋째날, 추산~남양항 23㎞
④ 넷째날, 남양항~도동 10㎞

태하항 해안 산책로. 김영주 기자

태하항 해안 산책로. 김영주 기자

길은 송곳봉(452m)으로 불리는 추산(錐山) 아래서 시작한다. 250만 년 전 화산 폭발로 솟은 울릉도를 상징하는 산. 산이 하나의 거대한 암벽이다. 추산 뒤 깃대봉(605m)에서 내려다보면 삼각뿔처럼 솟아 있다. 추산 아래엔 코스모스 꽃 모양을 한 리조트가 자리 잡고 있다. 울릉도에서 가장 비싼 숙박업소라고 한다. 예전 흙으로 지은 펜션이 있던 자리다. 송곳봉에서 흘러내린 폭포 소리가 숙소까지 들려오던 명당이다.

김영희 디자이너

김영희 디자이너

지난 6월 12일, 송곳봉 서쪽 노을빛펜션 뒷마당 ‘생태탐방로’ 이정표를 보고 트레일로 들어섰다. 수풀이 우거져 진입로를 못 찾고 갈팡질팡하고 있는데, 펜션 주인이 친절하게 입구를 알려줬다. 트레일은 오른편 계곡을 따라 100여m 오른 뒤 밭둑을 따라 민가(평리2길 119-38)를 통과하고, 이후 ‘평리2길’을 따라 서쪽으로 흐른다.

울릉도 북면 평리 마을 텃밭에 풀어놓은 흑염소와 닭들. 김영주 기자

울릉도 북면 평리 마을 텃밭에 풀어놓은 흑염소와 닭들. 김영주 기자

울릉군 북면 현포리. 산비탈 아래 짙푸른 나물밭 있고, 그 아래에 아담한 민가가 옹기종기 자리 잡은 마을이다. 집 앞 텃밭에선 흑염소와 닭들이 한데 모여 풀을 뜯고 있었다. 이제는 사라져버린 시골 풍경이 거기엔 있었다. 다만, 걷고 있는 길이 시멘트 포장이라는 점이 아쉽다.

평리에서 현포로 넘어가는 옛길. 우거진 숲을 지난다. 김영주 기자

평리에서 현포로 넘어가는 옛길. 우거진 숲을 지난다. 김영주 기자

고개를 넘어오면 평리침례교회와 울릉천국아트센터가 보인다. 센터는 가수 이장희(77)가 운영하는 문화공간으로 1~2층은 전시·공연, 3층은 작은 카페로 운영된다. 센터 뒤편으로 석봉(360m)이 우뚝 솟아 있는데, 이 길을 따라 나리분지에 들어갈 수 있다. 석봉, 깃대봉을 넘고 메밀밭과 투막집을 지나면 분지다. 깃대봉에 오르면 그림처럼 북쪽 해안이 내려다보인다.

트레일은 울릉천국에서 평리마을 언덕 끝 차밭으로 이어진다. 평리와 현포 마을을 잇는 옛길이다. 울릉도에 차밭이 있는 줄은 이곳에 와서 처음 알았다. 차밭 언덕에 ‘생태 탐방로’ 이정표가 설치돼 있다. 일주도로가 생긴 이후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져 묵힌 길을 울릉산악회가 최근 복원해 길을 정비했다고 한다. 아직도 일부 구간은 수풀이 무성하지만, 최근 트레일러닝 대회 코스로 활용되면서 다시 길의 형태를 갖추게 됐다. 트레일엔 연두색 리본이 달려 있다.

차밭을 통과해 소나무·동백나무가 우거진 고샅길을 지나면 현포(玄圃) 마을로 내려온다. 마을 앞 해변에 ‘가문 작지(검은 자갈)’가 깔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현포는 울릉도 최대 고분군(群)이다. 신라 시대부터 고려 때 축조된 것으로 추정되는 고분 38기가 있다. 그래서 우산국의 도읍지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트레일은 아직 개장하지 않은 웅포야영장 해안으로 이어진다. 울릉도는 사설 야영장은 없고 군청에서 관리하는 공공 야영장이 세 곳 있다. 예약이 어려울 만큼 캠퍼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웅포는 섬의 네 번째 야영장이다. 야영장에서 해안을 따라 약 500m 데크가 설치돼 있는데, 이 길을 걸을 때 시선은 대풍감(待風坎)을 향하게 된다. 울릉도 북서단에 자리한 대암벽으로 거대한 바다거북이 바다를 향해 머리를 내밀고 있는 형국이다. 대풍감이란 이름은 예전 전라도 등에서 배를 타고 섬에 들어온 이들이 다시 고향으로 되돌아가기 위해 ‘바람을 기다린 곳’이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괭이갈매기 서식지로 출입이 금지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