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영어듣기 방송사고로 시험 망쳤다" 소송…法 "공무원 책임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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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시험 자료사진. 중앙포토

수능 시험 자료사진. 중앙포토

시험장 방송사고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영어 듣기 평가를 시험시간 후반에 푼 수험생들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지만 1심에서 패소했다.

1일 뉴스1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37단독 김민정 판사는 2023학년도 수능 응시생 A씨 등 16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A씨 등은 2022년 11월 17일 전남 화순군 한 학교에서 2023학년도 수능에 응시했다. 당시 수능 제3교시 영어영역 시험은 오후 1시 10분부터 25분 동안 듣기평가가 진행된 뒤 나머지 시간 독해 문항을 푸는 순서로 진행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A씨 등이 있던 시험장에서 방송시스템 오류가 발생해 제시간에 듣기평가 방송이 나오지 않았다. 이에 시험장 책임자는 응시자들에게 독해 문항을 먼저 풀도록 한 뒤 오후 1시 54분에 듣기평가를 진행했다.

A씨 등은 "듣기 평가를 먼저 하고 독해 문항을 푸는 학습 루틴대로 준비해온 응시생들에게 혼란을 초래하고 시험에 영향을 끼쳤다"며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시험장에서 듣기평가 방송이 예정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응시생인 원고들이 당황하거나 혼란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그러나 이 사건 시험장에서 시험을 준비하고 실시한 공무원들이 객관적인 주의의무를 소홀히 했다거나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했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수능 영어영역 시험이 듣기평가를 먼저 실시하는 방식으로만 이루어져야 한다는 법령상 근거가 없고, 그와 같이 볼 다른 근거도 찾기 어렵다"며 "오히려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감독관 유의 사항'은 방송사고가 있는 경우 듣기 평가가 나중에 실시될 수 있음을 예정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처럼 방송사고가 발생하는 것과 같은 예외적인 경우에는 듣기평가를 나중에 실시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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