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으로 '가문의 영광' 안겨준다…역대 5번째 '희귀 공무원' 탄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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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이중 전 인사혁신처 사무관이 국무위원 공무원 임명장을 작성하고 있다. [중앙포토]

김이중 전 인사혁신처 사무관이 국무위원 공무원 임명장을 작성하고 있다. [중앙포토]

인사혁신처가 필경사(筆耕士)를 뽑았다. 필경사는 5급 이상부터 대통령까지 행정부 소속 국가공무원 임명장을 손으로 쓰는 업무를 전담하는 공무원이다.

인사혁신처, 역대 5번째 필경사 선발
1일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정부는 인사기록 분야에서 응시번호 24539번 응시생을 최종 합격자로 공고했다. 처우는 전문경력관 나군으로 일반직 공무원 6급 상당이다.

김이중 전 인사혁신처 사무관이 벼루에 간 먹을 붓에 묻히고 있다. [중앙포토]

김이중 전 인사혁신처 사무관이 벼루에 간 먹을 붓에 묻히고 있다. [중앙포토]

앞서 인사혁신처에서 근무했던 김이중 필경사가 지난해 초 퇴직하자, 정부는 곧바로 모집에 나섰다. 하지만 당시엔 적격자를 찾지 못해 선발을 보류했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 김동훈 주무관이 혼자서 필경사 업무를 맡았다. ▶붓으로 공무원 6만명 '가문의 영광' 안겨준 남자…돌연 사표

인사혁신처는 지난 5월 1일 다시 필경사 채용 공고를 냈고, 이번에 적임자를 선발했다. 합격자는 56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뽑혔다. 만약 그가 오는 4일까지 정부에 등록하고, 신원 조회와 신체검사를 통과하면 제5대 필경사가 된다.

56대 1 경쟁률 뚫고 선발 

인사혁신처가 1일 필경사 최종 합격자를 공고했다. [사진 인사혁신처]

인사혁신처가 1일 필경사 최종 합격자를 공고했다. [사진 인사혁신처]

필경사는 미술·서예 관련 학과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거나 학사 취득 후 2년 이상 관련 분야에서 근무·연구한 경력자 가운데 뽑는다. 서류·필기 시험을 통과하면 한글 서체, 글자 배열, 완성도 등 임명장을 작성하는 실기 역량 평가를 거쳐 최종 선발한다.

필경사는 대한민국 공무원 가운데 가장 희귀한 직군으로 꼽힌다. 1962년부터 지금까지 대한민국 정부 역사상 필경사는 4명뿐이었다. 1962년 필경사 보직이 생기고 처음 뽑힌 초대 필경사는 정태룡 전 사무관이었다. 1962년부터 1995년까지 정부에서 임명장을 작성했다.

제2대 필경사는 정 전 사무관이 퇴임한 1995년부터 2008년까지 근무했다. 정부는 장·차관급에게만 주던 붓글씨 임명장이 3~5급 공무원까지 확대하면서 업무량이 많아지자 2008년 필경사를 추가 채용했다. 당시 뽑혔던 제3대 필경사가 바로 김이중 전 사무관이다. 또 2018년 제4대 필경사인 김동훈 주무관에 이어, 이번에 다섯 번째 필경사가 탄생했다.

필경사는 대통령이 주는 임명장을 작성하고, 대통령 직인·국새 날인, 임명장 작성 기록 대장 관리시스템 운영·관리, 정부 인사 기록 유지·관리, 임명장 수여식 행사 관리 등을 맡는다. 통상 1년에 4000∼7000장의 임명장을 작성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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