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반도체 수출 역대최대…올해 전체품목 수출 최대 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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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부산항 신선대부두. 수출품을 담은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뉴스1

1일 부산항 신선대부두. 수출품을 담은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뉴스1

침체한 내수와 다르게 수출은 갈수록 호조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올해 수출액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1일 관세청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수출은 3348억 달러를 기록하며 전년동기 대비 9.1% 증가했다. 역대 상반기 수출액 중 두 번째로 많은 수치다. 첫 번째 기록은 2022년(3505억 달러)에 찍혔다.

시간이 지날수록 수출 증가 속도가 높아진 점도 긍정적이다. 분기별 전년동기 대비 수출 증가율을 보면 지난해 4분기 5.7%를 나타낸 이후 올해 1분기 8.1%→2분기 10%로 올랐다. 월별로는 지난 6월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액(26억5000만달러)이 2022년 9월(26억6000만달러) 이후 21개월 만에 최대치를 보였다.

올해 상반기 수출은 1위 품목인 반도체(657억4000만 달러)가 이끌었다. 전년 동기보다 52.2% 불어나면서다. 역대 상반기 가운데 2022년(690억 달러)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수출액을 나타냈다. 반도체 수출은 지난해 초 저점을 찍은 이후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6월엔 월간 수출액(134억2000만 달러)이 역대 모든 월 가운데 가장 많은 숫자를 나타내기도 했다.

반도체 수출 호조의 배경에는 세계적으로 전방산업인 모바일·서버·개인용컴퓨터(PC) 수요가 상승세인 게 자리 잡고 있다. 특히 클라우드 서비스 확대 등에 따라 인공지능(AI) 서버 출하량이 증가했고, 이에 따라 고대역폭 메모리(HBM)와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같은 반도체의 수요도 늘었다는 설명이다. 반도체 가격이 상승세인 점 역시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반도체 외에도 올해 상반기 디스플레이(88억9000만달러), 컴퓨터(52억달러) 등의 정보기술(IT) 품목이 각각 16.2%, 43.2% 증가하며 선전했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지난해 반도체 수출이 부진할 때 한국 수출을 떠받쳤던 자동차 수출도 순항했다. 올해 상반기 자동차 수출(370억달러)은 3.8% 증가하며 역대 상반기 중 최대치를 기록했다. 두 번째는 지난해 상반기(356억달러)다. 전기차 수요 감소에도 현대 싼타페, 기아 카니발 등 하이브리드차 신차 효과 등이 힘이 됐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도 효자 노릇을 했다.

이 밖에 올해 상반기 석유제품 수출이 전년동기보다 7.7% 증가한 264억7000만달러를, 석유화학 수출이 4.1% 늘어난 241억5000만달러를 보였다. 선박 수출(118억달러)도 28%나 불었다. 15개 주력 품목 중 9개 품목이 플러스였다.

조상현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전체적으로 반도체와 자동차가 쌍끌이로 수출을 견인하며 수출 주력 품목의 경쟁력이 검증된 모습”이라며 “3분기 내 미국의 금리 인하가 이뤄질 경우 IT 분야 투자심리가 회복되면서 연말까지 수출 호조세가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출 대상국별로는 올해 상반기 대 미국 수출(643억 달러)이 전년 동기보다 16.8% 늘며 역대 상반기 중 가장 많은 수치를 보였다. 자동차와 일반기계 수출이 주도했다. 지난해 침체했던 중국으로 수출은 반등에 성공했다. 올해 상반기 대 중국 수출은 634억 달러로 5.4% 증가했다. 반도체를 포함한 IT 품목의 업황이 개선된 덕분이다.

올해 상반기 대 미국 수출이 대 중국 수출을 앞지른 건 2003년 상반기 이후 21년 만이다. 올해 연간 기준으로도 미국이 1위 수출 대상국 자리를 차지할 가능성이 있다. 그럼 2002년 이후 22년 만이다.

한국의 올해 전체적인 수출액은 2022년(6836억 달러)을 넘어 역대 최대치(7000억원 안팎)를 기록할 수 있다는 전망(산업연구원·한국무역협회)이 흘러나온다. 세계 경제가 인플레이션의 점진적 하락 속에 통화긴축 완화와 견조한 민간 소비 등에 힘입어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반도체 수요와 가격 강세가 연말까지 이어져 반도체 수출의 호조세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이유로 꼽힌다. 최우석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수주와 패키징 기업 수출도 증가세로 나타나 향후 수출 전망을 밝게 한다”고 내다봤다.

다만 위험 요인도 존재한다. 주요 수출 대상국인 미국의 경기가 완만한 하락 국면에 들어가는 조짐인 데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미국 정치권을 중심으로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강화되는 분위기다. 무역장벽 강화를 공약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흑자국인 한국을 겨냥해 문제 제기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정부에 “한국의 수출 증가가 미국에 득이 된다”고 설득하겠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미국으로 공장 설비 수출→현지 공장 신축→미국 세수 확충 및 고용 증가 순으로 흘러간다는 논리다. 국내 기업들은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수혜를 받기 위해 미국에 공장을 잇따라 세우고 있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올해 상반기 수입은 3117억 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6.5% 줄었다. 가스와 석탄 수입이 국제가격 하락에 따라 감소한 탓이 크다. 결국 올해 상반기 무역수지는 231억 달러 흑자를 기록하며 2018년(311억 달러 흑자) 이후 6년 만에 최대치를 나타냈다. 전년 동기(263억 달러 적자)와 비교하면 494억 달러가 개선됐다. 올해 상반기 수출 플러스와 무역수지 흑자를 동시에 달성한 건 2021년 상반기 이후 3년 만이다. 올해 전체적인 무역수지는 410억 달러 안팎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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