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심당·런던베이글도 택했다…쌀 대신 가루쌀 사업 뛰어든 이유 [비크닉 영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b.트렌드

아무 의미 없어 보이는 일들도 반복되면 의미가 생깁니다. 일시적 유행에서 지속하는 트렌드가 되는 과정이죠. 트렌드는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욕망과 가치를 반영합니다. 예측할 수 없는 미래의 모호함을 밝히는 한줄기 단서가 되기도 하고요. 비크닉이 흘러가는 유행 속에서 의미 있는 트렌드를 건져 올립니다. 비즈니스적 관점에서는 물론, 나아가 삶의 운용에 있어서 유의미한 ‘통찰(인사이트)’을 전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대전 지역빵집 성심당이 지난해 8월 출시한 ‘초코미 마들렌’, 그리고 베이글 맛집으로 유명한 런던베이글뮤지엄이 지난 5월에 낸 ‘단팥 쌀베이글’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맛있는 빵집을 찾아다니는 ‘빵지순례’의 필수코스라는 이곳의 두 제품이 모두 가루쌀로 만들었다는 점입니다.

최근 식품 업계에선 가루쌀로 만든 신제품을 줄줄이 출시하고 있다. 유충민 PD

최근 식품 업계에선 가루쌀로 만든 신제품을 줄줄이 출시하고 있다. 유충민 PD

밀가루가 아니라 가루쌀로 빵을 만든 것도 신기한데, 더 재미있는 사실은 이 가루쌀을 현대건설이 만들었다는 사실입니다. 1979년부터 충남 서산에 간척지 개발을 시작한 현대건설은 지난해부터 이 간척지에 10만평 규모 재배단지를 조성해 가루쌀을 재배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나온 가루쌀을 성심당을 운영하는 ‘로쏘’, 런던베이글뮤지엄을 운영하는 ‘엘비엠’ 두 곳에 3년간 총 30톤을 제공하기로 했죠.

가루쌀 제품 개발은 빵집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최근 식품 회사들도 나서서 가루쌀 신제품을 출시하고 있습니다. 신세계푸드는 가루쌀로 만든 라이스 밀크를, 이랜드리테일은 가루쌀 치킨∙피자∙붕어빵 등을 출시할 예정입니다. 농심은 가루쌀 볶음면, 삼양식품은 가루쌀 라면∙만두를 개발할 예정이죠.

현대건설은 충남 서산 간척지에 10만평 규모의 재배 단지를 만들어 가루쌀을 재배하고 있다. 유충민 PD

현대건설은 충남 서산 간척지에 10만평 규모의 재배 단지를 만들어 가루쌀을 재배하고 있다. 유충민 PD

요즘 가루쌀 신제품이 쏟아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농림축산식품부가 나서서 가루쌀 산업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쌀 공급 과잉 문제를 해결하고, 수입산 밀을 대체하기 위한 전략이죠. 우리나라에선 매년 약 250만 톤의 밀을 소비하는데, 이 중 99%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농림부는 지난 1월, 2027년까지 밀 자급률을 8%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정희선 농림축산식품부 전략작물육성팀 사무관은 “우리나라 논 재배 산업을 유지하면서도 식품 원료로 쓰이는 쌀 가공 산업을 확장하고, 수입 밀을 대체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가루쌀을 통해 쌀 공급 과잉 문제를 해결하고, 수입산 밀을 대체하기 위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유충민 PD

농림축산식품부는 가루쌀을 통해 쌀 공급 과잉 문제를 해결하고, 수입산 밀을 대체하기 위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유충민 PD

그런데 왜 기존 쌀이 아닌 가루쌀에 집중하는 걸까요. 가루쌀은 쌀가루와 다릅니다. 가루쌀은 가루를 만들기에 적합한 특징을 가진 새로운 품종이죠. 일반 쌀을 가루로 만들 땐 물에 충분히 불려야 하는데, 가루쌀은 바로 가루로 만들 수 있습니다. 가공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밀가루와 전분 구조가 비슷해 빵∙과자 제조에도 쉽게 사용될 수 있습니다.

농림부 주최 '가루쌀 음식 대회'에서 1등을 한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의 '오미자 플라워 쌀 데니쉬'. 유충민 PD

농림부 주최 '가루쌀 음식 대회'에서 1등을 한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의 '오미자 플라워 쌀 데니쉬'. 유충민 PD

‘비크닉’ 유튜브 채널의 ‘B사이드’에서는 식품 업계가 가루쌀 제품을 내는 이유에 대한 더 자세한 이야기를 다뤄봅니다. 음모론적인 질문으로 브랜드의 의도를 파헤쳐 봅니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