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연속 연장에서 웃었다…‘끝장 승부의 여왕’ 박현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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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박현경이 30일 열린 KLPGA 투어 맥콜·모나 용평 오픈에서 우승한 뒤 동료들로부터 물 세례를 받고 있다. [사진 KLPGA]

박현경이 30일 열린 KLPGA 투어 맥콜·모나 용평 오픈에서 우승한 뒤 동료들로부터 물 세례를 받고 있다. [사진 KLPGA]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의 인기 스타 박현경(24)에겐 딱 하나 약점이 있었다. 바로 ‘거리’였다. 경쟁자들에게 조금 못 미치는 드라이브샷 거리는 우승으로 가는 길목에서 종종 그의 발목을 잡았다.

2020년 데뷔와 함께 2승을 거둔 박현경은 이듬해 1승을 추가하며 탄탄대로를 걸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SK네트웍스·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에서 정상을 탈환하기 전까지 준우승만 9차례 기록하면서 남몰래 눈물을 훔쳤다. 이 사이 박민지(26)와 이예원(21) 등이 번갈아 KLPGA 투어의 일인자로 자리매김하는 장면을 바라만 봐야 했다.

박현경은 지난겨울 거리를 늘리기 위해 혹독한 훈련을 했다. 그 결과 올 시즌 전반기에만 3승을 거두면서 ‘박현경 시대’를 활짝 열어젖혔다.

박현경은 30일 강원도 평창군 버치힐 골프장에서 열린 맥콜·모나 용평 오픈에서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최예림(25)을 꺾고 정상을 밟았다. 나란히 3라운드 합계 13언더파 203타를 기록한 두 선수는 18번 홀(파5)에서 연장전을 치렀다. 박현경은 연장 첫 홀에서 천금 같은 버디 퍼트를 성공시켜 통산 7승 고지를 밟았다. 지난주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 연장전에서 윤이나(21)를 물리치고 우승했던 박현경은 “골프를 하면서 2주 연속 우승이라는 기록을 남길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지난해 준우승을 거듭했을 때가 생각나 더욱 뜻깊다”고 밝혔다.

이로써 박현경은 대상 포인트 60점과 우승 상금 1억4400만원을 추가하면서 각 부문 1위를 질주했다. 현재 대상 포인트는 344점이고, 올 시즌 상금은 8억8663만원으로 불어났다. 또 전반기에만 우승 트로피 3개를 수확하면서 다승왕 레이스에서도 이예원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이밖에도 박현경은 이번 대회까지 모두 5차례 연장 승부에서 4번이나 우승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박현경은 지난해 드라이브샷 평균 비거리에서 238.30야드(57위)를 기록했다. 2022년에도 234.43야드(62위)에 그쳤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드라이브샷 거리를 241.07야드(38위)로 끌어올리면서 성적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지난해까지는 세컨드 샷을 가장 먼저 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올 시즌에는 동료들과 비슷한 선상으로 티샷을 보냈다. 박현경은 “거리를 늘리기 위해 동계 훈련 기간 웨이트 트레이닝을 열심히 했다. 스쿼트도 처음으로 100㎏ 넘게 들어봤다”면서 “근력이 좋아지니까 볼의 히팅 능력이 향상됐다. 세컨드 샷 지점에서 한 클럽을 짧게 잡으니까 버디 찬스가 확실히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1타 차 단독선두로 최종 3라운드를 출발한 박현경은 최예림의 거센 추격을 받았다. 최예림은 전반에만 버디 3개를 잡아낸 데 이어 11, 13번 홀(이상 파4) 버디를 기록하면서 13언더파 단독선수로 올라섰다.

그러나 박현경은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운도 따랐다. 16번 홀에서 완벽한 피칭 웨지샷으로 버디를 잡아내 13언더파 공동선두가 된 박현경은 18번 홀(파5)에서 티샷이 오른쪽 숲으로 향하면서 위기를 맞을 뻔했다. 그런데 공이 나무를 맞고 나온 덕분에 운 좋게 파세이브에 성공하면서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행운은 같은 홀에서 열린 연장전에서도 이어졌다. 박현경의 티샷은 또 오른쪽 수풀을 향했지만, 이번에도 공이 나무를 뚫고 빠져나와 러프에 떨어졌다. 위기를 넘긴 박현경은 5m 거리의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면서 긴 승부를 마감했다.

허인회

허인회

한편 인천 영종도 클럽72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비즈플레이·원더클럽 오픈에선 허인회(37)가 연장전 끝에 장유빈(22)을 꺾고 역전 우승했다. 4타 차 단독선두로 최종 라운드를 출발한 장유빈은 마지막 날 1타를 줄이는 데 그쳤다. 반면 3라운드까지 장유빈에게 5타 뒤졌던 허인회는 버디 7개와 보기 1개를 몰아쳐 장유빈과 합계 17언더파 267타 공동선두로 최종 라운드를 마쳤다. 허인회는 18번 홀(파5)에서 펼쳐진 2차 연장에서 3m 거리의 버디 퍼트를 성공시켜 통산 6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우승상금은 1억40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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