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데’? 올해는 ‘여름데’ 아이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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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봄에만 잘해 ‘봄데’라고 불렸던 롯데 자이언츠. 올 시즌에는 여름철에 도약하면서 ‘여름데’라는 별명을 새로 얻었다. [연합뉴스]

봄에만 잘해 ‘봄데’라고 불렸던 롯데 자이언츠. 올 시즌에는 여름철에 도약하면서 ‘여름데’라는 별명을 새로 얻었다. [연합뉴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는 지난해까지 ‘봄데’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정규시즌이 막 개막한 봄(4~5월)에 반짝 좋은 성적을 올렸다가 여름이 시작하는 6월을 기점으로 급격한 내림세를 타서 이런 별명이 붙었다.

심지어 올해 롯데는 봄에도 힘을 쓰지 못했다. 3월 1승 6패, 4월 7승 1무 15패로 부진을 거듭했다. 4월이 끝나던 날 롯데의 순위는 최하위, 승률은 0.276이었다. 포스트시즌 도전은커녕 최악의 성적을 걱정해야 할 판이었다. 돌파구도 보이지 않았다. 롯데 팬들은 “차라리 ‘봄데’ 시절이 그립다”는 푸념을 내뱉었다.

그랬던 롯데가 봄이 아닌 여름에 반전을 일으키고 있다. 5월(13승 1무 10패·월간 3위)부터 조금씩 반등하더니, 6월 들어 본격적으로 도약했다. 지난달 28일 부산 한화 이글스전에서 6-4로 승리하면서 5연승을 달렸고, 순위도 7위까지 끌어 올렸다. 중상위권 팀과의 격차도 크지 않다. 6위 NC 다이노스와 1경기 차, 5위 SSG 랜더스와 3경기 차다. 5강에서 멀어진 듯했던 롯데가 다시 가을야구를 꿈꾸고 있다.

롯데는 6월 치른 24경기에서 14승 1무 9패로 승률 6할(0.609)을 넘겼다. 월간 승률 1위다. 지난해 롯데의 6월 성적이 9승 16패(승률 0.360)로 월간 8위였던 점을 고려하면 환골탈태에 가깝다. 여름 시즌 홈 경기에서 유독 약했던 롯데가 이달 홈 12경기에서 8승을 거둔 점도 눈에 띄는 변화다.

화력이 좋아졌다. 6월 팀 평균자책점은 4.82로 4위지만, 팀 타율이 0.312로 1위였다. 팀 득점권 타율도 0.362로 선두다. 이 기간 잔루가 160개로 10개 구단 중 가장 적었다. 리그 평균(193개)을 한참 밑돈다. 타선의 응집력이 빛났다는 의미다. 특히 뒷심이 대단했다. 14승 중 9승을 역전승으로 장식했다. 이 기간 전체 1위다. 상대 팀에 선제점을 내준 경기 성적도 8승 1무 6패(승률 0.571)로 가장 좋았다.

불펜 투수들의 활약도 역전승 릴레이에 한몫했다. 6월 롯데의 선발 투수 성적은 8승 5패 평균자책점 5.37로 전체 8위인데 구원 투수 성적은 6승 4패 6세이브 13홀드 평균자책점 4.07로 2위다. 지난 25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에서는 1-14까지 뒤지던 경기를 끝까지 따라잡아 15-15 무승부로 끝내기도 했다. 이제 롯데는 큰 점수 차로 앞서고 있어도 끝까지 안심할 수 없는, 끈질긴 팀이 됐다.

롯데는 지난달 29~30일 한화전이 잇달아 비로 취소되면서 일단 숨을 골랐다. 2일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두산과의 원정 3연전 첫 경기에서 6연승에 도전한다. 롯데는 7~8월에도 ‘여름데’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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