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더 간다? 글쎄요” 투자 전문가 갈아탄 ‘AI주’ [머니랩 라운드테이블①]

  • 카드 발행 일시2024.07.01

머니랩

🏅머니랩 라운드테이블

월가에서 가장 권위 있는 투자 전문지로 꼽히는 배런스(Barron’s)는 매년 수차례 투자 전망과 수익률 면에서 우수했던 전문가들을 초청해 라운드테이블을 연다. 전설적인 투자 구루 피터 린치도 멤버였다. 그는 이 라운드테이블을 ‘주말의 골칫거리’라며 부담감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만큼 정성 들여 독자와 소통하는 자리였다는 의미다.

중앙일보 머니랩이 국내 투자 전문가들을 모아 한국판 ‘라운드테이블’을 선보인다. 목대균 KCGI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 민수아 삼성액티브자산운용 최고경영자(CEO) 겸 CIO, 최준철 VIP자산운용 CEO, 한상균 쿼드자산운용 CIO(가나다순)가 한자리에 앉았다.

이들은 업계 수많은 전문가 중에서도 자신만의 뚜렷한 투자철학을 바탕으로 꾸준히 높은 성과를 올려 온 국가대표급 펀드매니저들이다. 가치주부터 성장주까지 서로 다른 스타일을 가진 4명의 전문가는 3시간 가까이 열띤 토론을 펼쳤다.

라운드테이블은 총 3회에 걸쳐 연재된다. 첫 라운드는 최근 엔비디아로 달아오른 ‘인공지능(AI)과 글로벌 주식’에 대해 쉽게 들을 수 없었던 인사이트를 담았다. 이어 2~3회 라운드에선 각각 ‘한국의 성장주’, 개미들의 관심 이슈인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와 밸류업(기업 가치 제고) 정책에 대한 거침없는 이야기를 전한다.

“안 먹을 용기를 가져라. 날라간 주식은 내 몫이 아니다.”

한상균 쿼드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가 어린 매니저들에게 늘 하는 조언이라고 한다. 작년에 3배 오르더니 올해도 2배 가까이 오르고 있는 엔비디아가 없어 잠 못 이루는 투자자라면 되새겨 볼 말이다.

이날 네 명의 전문가가 이견 없이 목소리를 높인 부분은 “아무리 훌륭한 주식이라도 비싸게 사는 건 다시 생각하라”는 것이었다. 현재 세계 1위 전자상거래 기업으로 성장한 아마존조차도 1999년 닷컴버블 때 주가가 90% 가까이 빠졌다. 그리고 전고점을 회복하는 데 무려 10년이 걸렸다. 최준철 VIP자산운용 대표는 “스타벅스, 나이키, 룰루레몬 등 미국 주식이라고 다르지 않다. 어떤 주식이든 비싸게 사면 위험한 것”이라고 경고했다.

첫 번째 주제는 인공지능(AI)과 글로벌 주식으로 열띤 대화가 오갔다. AI가 세상을 바꿀 기술이라는 점엔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주식 투자자로서 이 흐름에 동참하지 않을 순 없다는 데도 모두가 동의했다. 특히 ‘너무 오른 엔비디아 말고 다른 투자처는 어딜까’란 질문에, 소신과 경험을 바탕으로 속 시원한 답을 내놓기도 했다.

하반기 주식시장에는 AI 말고도 거대한 이벤트가 기다리고 있다. 바로 미국 대선이다. 1차 미국 TV 대선 토론은 트럼프의 승리로 끝난 듯 보이며, 세계 경제는 시계 제로다. 민수아 삼성액티브자산운용 대표는 “과거 트럼프와 바이든 당선 사례를 보면 시장의 예측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 펼쳐졌다. 정책 수혜주라는 것들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승리가 한국엔 더 긍정적이라는 ‘역발상’도 나왔다.

라운드 테이블 참석자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목대균 : 대학교 시절 투자 동아리를 시작으로 대우증권, 미래에셋자산운용 글로벌운용본부장을 거쳐 KCGI자산운용에서 운용총괄대표(CIO)를 맡고 있다. 투자스타일을 요약하면, 글로벌에서는 성장주, 국내에서는 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가치주 투자를 선호한다. 국내에서는 저평가된 기업의 숨겨진 가치에 주목하고, 불투명한 거버넌스를 개선해 기업가치를 상승시키는 전략을 구현한다. 종목 선별에 있어서는 국내외 모두 퀀트(정량적 분석모델)를 접목하여 투자후보를 찾고, 깊게 공부해 투자하고 있다.

민수아 :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의 CIO 겸 CEO다. LG화재에서 주식운용을 시작해 삼성자산운용과 삼성액티브자산운용까지 약 26년간 주식 투자를 해왔다. 투자철학은 국내든 해외든 ‘세상의 변화에 투자하자’다. 그 변화를 확인하기 위해 경쟁력 있는 기업을 아래부터 훑는 ‘바텀업’ 방식으로 중·소형주에 많이 투자해 왔다. IMF외환위기 때 전임자들이 나가며 100개 종목이 담긴 펀드를 물려받게 됐는데, 그 기업들을 모두 탐방하며 주식운용을 배운 게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최준철 : VIP자산운용 창업자이자 CEO다. 처음 주식을 시작한 건 1996년 대학교 1학년 때부터다. 대학교 졸업 직전 동창이었던 김민국 대표와 VIP자산운용을 창업해 21년째 운용업을 하고 있다. 기본적으론 가치투자자이지만 GARP(Growth at reasonable price), 즉 적정 가격에 거래되는 장기 성장주에 투자한다. 소비재 분야 전문가로, 소비자의 새로운 선호가 생기는 제품이나 내수에서 해외로 확장해나가는 종목 아이디어를 많이 내는 편이다.

한상균 : 쿼드자산운용에서 부사장 겸 CIO를 맡고 있다.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를 시작으로 미래에셋 홍콩법인, 싱가포르 헤지펀드, 일본계 스팍스 자산운용을 거쳐 쿼드자산운용에 CIO로 합류했다. 기본적으로 성장주를 좋아하지만, 최 대표처럼 GARP식 장기투자 스타일이다. 기업의 3~5년 후 미래를 그리며 적정 가치가 계산되면 투자 원칙에 따라 주가가 빠지면 추가로 매수하고 갭이 줄어들면 차익실현을 하는 매매를 한다. 그래서 1년매매회전율은 70%지만, 보유종목 회전율은 30%미만이다.

끝없이 오르는 엔비디아 어떻게 보나.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목대균 : 저는 펀드를 운용하면서 2013년부터 엔비디아를 투자했었다. 최근 엔비디아 측과 투자자 미팅을 할 때 느꼈던 찝찝한 포인트가 있다. 엔비디아가 ‘쿠다(CUDA, 엔비디아의 AI 개발용 소프트웨어 플랫폼)’를 가지고 있고, 이미 그 가치가 크다는 게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엔비디아 측에서 “우리는 하드웨어(GPU·그래픽처리장치) 회사이면서 소프트웨어 회사”라고 강조하더라. 밸류가 높아지니까 업사이드(상승 여력)를 추가로 만들려 하는 느낌을 받았다. 하드웨어가 잘 팔리는 지금 ‘굳이’ 왜 저렇게 강조할까 의구심이 들었다.

경쟁 측면에서 중국 화웨이 쪽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지도 궁금하다. 화웨이 제품을 쓰고 있는 데이터센터 등에 따르면 화웨이 제품 성능이 엔비디아의 90% 정도까지 올라왔다고 한다. 반면에 가격은 절반 수준으로 싸다. 테크 분야에서 경제적 해자를 유지하기가 어렵다는 의미기도 하다.

용어사전경제적 해자(Economic Moat)

해자(moat)는 성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연못으로, 외부로부터 성 내부를 지켜주는 장애물 역할을 한다. 경제적 해자란 해당 기업만 지니고 있는 경쟁 우위의 일종으로, 경쟁사의 진입을 어렵게 만드는 경제적인 장벽이자 요소를 의미한다. 기술 등 특별한 경쟁력이나 압도적인 시장점유율 등이 대표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