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일자리 5만개 창출" 트럼프 "불법 이민자 위한 것" [미 대선 첫 TV토론]

중앙일보

입력

27일(현지시간) 미국 애틀랜타에서 CNN이 주최한 대선 후보 첫 TV 토론에서 조 바이든(오른쪽)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설전을 벌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7일(현지시간) 미국 애틀랜타에서 CNN이 주최한 대선 후보 첫 TV 토론에서 조 바이든(오른쪽)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설전을 벌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7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열린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첫 대선 후보 TV 토론에서는 한 치의 양보 없는 격돌이 벌어졌다. 첫 토론 주제로 선정된 경제 문제에서부터 이민, 낙태권, 기후변화, 사회 복지 등 현안마다 첨예한 인식 차를 드러냈다. 인신 비방에 가까운 험한 말을 쏟아내며 위험수위를 넘나들 때도 여러 번 있었다.

토론 진행을 맡은 CNN 앵커 제이크 태퍼가 첫 질문으로 바이든 대통령에게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기간보다 경제가 나빠졌다는 지적에 대해 묻자 바이든은 “제가 대통령이 됐을 때 트럼프가 뭘 남겼는지 보라. 우리 경제는 자유 낙하하고 있었다”며 '트럼프 원죄론'을 폈다. 그러면서 “나는 취임하자마자 5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었고 미국 경제는 여전히 세계에서 제일 잘 나간다. 아직 해야 할 일이 더 있다”며 재선 필요성을 부각했다.

이에 트럼프는 자신이 재임했을 때 미국 경제 역사상 가장 위대했다며 바이든을 향해 “그는 일을 잘못했다. 인플레이션은 미국을 죽이고 있다”고 힐난했다. 또 “그(바이든)가 만든 유일한 일자리는 불법 이민자를 위한 것”이라며 “그는 미국의 인플레이션에 너무나 형편없게 대응했다”고 비판했다.

두 사람은 국경 정책을 두고도 격하게 부딪쳤다. 트럼프는 “국경을 넘어오도록 허용한 바로 그 사람들에 의해 많은 젊은 여성들이 살해당했다”며 “그(바이든)가 국경을 열었고 살인자들이 미국으로 들어와 여성을 성폭행하고 살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바이든은 일정 규모 이상의 이민자 유입 시 국경을 봉쇄하기로 한 최근 행정명령을 거론하며 “지금은 불법으로 국경을 넘는 사람이 40%나 줄어든 상황이다. 그(트럼프)가 물러났을 때보다 나아졌다”고 반박했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두 전·현직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지원 문제를 놓고는 감정싸움에 가까운 설전을 벌였다. 트럼프는 “푸틴의 존경을 받는 (미국) 대통령이 있었다면 푸틴은 절대 침공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유럽 국가들이 우크라이나 지원에 돈을 더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바이든은 “우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동맹들은 우리만큼이나 우크라이나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그게 우리가 강력한 이유”라고 역설했다. 트럼프를 향해선 “난 이처럼 어리석은 소리를 들은 적이 없다. 그는 나토에서 탈퇴하고 싶어한다”고 공격했다.

트럼프에게 불리한 소재인 낙태권 이슈를 놓고는 바이든의 공격에 트럼프가 방어막을 펴는 양상으로 전개됐다. 바이든은 “나는 ‘로 대 웨이드’ 판결을 지지한다”며 “당신이 한 것은 끔찍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당시 연방 대법원이 보수 우위의 인적 구도로 재편된 데 이어 2022년 6월 여성 낙태 권리를 인정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폐기하도록 결정한 일을 거론한 것이다.

그러자 트럼프는 “나는 훌륭한 대법관을 임명했고 그들이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폐기하고 미국을 되돌리는 데 찬성표를 던진 것은 모두가 원했던 일”이라고 맞섰다. 다만 “낙태는 각 주(州)가 판단해야 할 문제”라면서 “강간이나 불륜, 임신부를 보호하기 위한 예외적인 낙태는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폈다. 낙태약 승인 여부와 관련해서도 “연방 대법원이 낙태약을 승인했다. 결정에 동의하며 막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27일(현지시간) 미국 애틀랜타에서 CNN이 주최한 대선 후보 첫 TV 토론에서 조 바이든(오른쪽)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설전을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27일(현지시간) 미국 애틀랜타에서 CNN이 주최한 대선 후보 첫 TV 토론에서 조 바이든(오른쪽)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설전을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1ㆍ6 의회 난입 사태를 놓고는 트럼프가 쟁점을 회피하려 했다. 그는 당시 사태 책임과 관련된 진행자 질문에 “당시 1월 6일에 우리는 국경에 큰 장벽이 있었고 우리는 에너지 독립국이었으며 세금이 역대 최저였다. 우리는 전 세계에서 존경을 받았다”며 '동문서답'을 했다. 이어 “나는 1만 명의 병력 지원을 (당시 하원의장인) 낸시 펠로시에게 제안했지만 그가 거절했다”고 주장했다. 미 NBC는 이런 트럼프의 주장이 '거짓'이라고 판정했다. NBC에 따르면 의사당이 공격받았을 때 펠로시 당시 의장과 상원 다수당 대표였던 미치 매코널이 군사 지원을 요청했다.

트럼프가 성추문 입막음 혐의로 유죄평결을 받은 것을 두고도 충돌했다. 바이든은 “이 무대에서 유일하게 유죄평결을 받은 중범죄자”라고 몰아세웠다. 트럼프는 바이든 행정부의 ‘무기화’를 비판한 뒤 바이든의 차남 헌터 바이든이 총기 불법 소지 혐의로 유죄평결을 받은 것을 거론하며 역공을 폈다.

토론 시간 90분 내내 두 사람은 정면충돌했지만 4년 전 1차 TV 토론 때 겪은 난장판 양상은 재현되지 않았다. 한 후보가 발언할 때 다른 후보 마이크는 꺼지도록 하고 청중석을 비워두는 등 혼란스런 상황을 사전에 막으려 도입한 조치가 효과를 봤다는 평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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