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님의 충격 설교, 분열되는 공동체…'믿음'에 질문 던지는 연극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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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6호 19면

연극 '크리스천스' [사진 두산아트센터]

연극 '크리스천스' [사진 두산아트센터]

‘믿음을 고백하면 천국에 가고, 그러지 않으면 지옥에 간다.’ 교회에서 세례를 받기 위해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관문이 바로 이 명제를 인정하는 일이다. 이해할 수 없어도 교회 공동체에 속하려면 인정해야만 한다. 하지만 지옥이 과연 있을까.

연극 ‘크리스천스’(민새롬 연출)가 던지는 질문이다. 동시대 미국의 가장 강렬한 극작가로 꼽히는 루카스 네이스가 2011년 미시간주 롭 벨 목사 사건을 모티브 삼아 쓴 텍스트가 올해 두산인문극장 마지막 무대를 장식하고 있다.

대형교회 담임목사 폴(박지일)이 교회를 개척하며 진 빚을 모두 갚은 날 “지옥은 없다. 안 믿는 사람도 구원받을 수 있다”고 충격적인 설교를 하자 교회는 분열된다. 폴 목사는 “다른 믿음을 가진 사람에게도 너그러워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지옥이 있다’고 믿는 조슈아 부목사(김상보)를 교회에서 쫓아낸다. 하지만 지옥에 갈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구심점이었기에 교인들은 흩어지고, 교회는 다시 빚을 지게 된다.

연극 '크리스천스' [사진 두산아트센터]

연극 '크리스천스' [사진 두산아트센터]

런웨이 형태의 좁은 무대에 오직 마이크를 든 배우들만 있는 이상한 연극이다. 세트가 필요 없으니 이 뛰어난 배우들만 있으면 아무 데나 무대가 될 수 있다. 성가대 역할의 단역들이 객석에 섞여 마치 실제 교회인 듯, 그 어떤 연극보다 몰입도가 높은 진정한 ‘이머시브 시어터’를 만든다. 유신론자 C. S. 루이스와 무신론자 프로이드가 논쟁을 벌이는 2인극 ‘라스트 세션’이 연상되지만, 관념을 넘어 피부로 와 닿는 생생함이 치열한 공론장으로서 이 시대 연극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내가 하나님이 계시다는 걸 어찌 알지? 만일 다른 가정에서 태어났다면?’ 초반 확신에 차 있던 폴 목사는 막판엔 모든 것을 의심하게 된다. 배타적인 태도는 파멸을 부른다. 내가 틀릴 수도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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