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탄 성범죄' 20대男 누명 벗었다…여성 "허위신고" 결국 실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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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화성동탄경찰서는 강제추행 혐의로 수사해 온 20대 남성에 대해 무혐의로 판단하고 입건을 취소하기로 했다고 28일 밝혔다. 사진 유튜브 캡처

경기 화성동탄경찰서는 강제추행 혐의로 수사해 온 20대 남성에 대해 무혐의로 판단하고 입건을 취소하기로 했다고 28일 밝혔다. 사진 유튜브 캡처

자신이 사는 아파트 헬스장 화장실을 이용했다가 성범죄자로 몰린 20대 남성이 누명을 벗게 됐다. 자신을 피해자라고 주장한 여성이 경찰서를 찾아 "허위신고 했다"고 자백하면서다.

경기 화성동탄경찰서는 강제추행 혐의로 수사해 온 A씨에 대해 무혐의로 판단하고 입건을 취소하기로 했다고 28일 밝혔다.

A씨는 유튜브 채널 '억울한 남자'를 통해 "사건이 허위신고임이 확인돼 불입건종결(혐의없음) 예정임을 알려드린다"는 경찰의 연락을 받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루 말할 수 없이 기쁘다"며 "사건 발생 직후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심장이 옥죄이며 미칠 것 같아 오늘 정신과 진료까지 받고 왔는데 경찰에게서 이런 연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A씨는 지난 23일 오후 5시 10분쯤 화성시 자신이 사는 아파트의 헬스장 옆 관리사무소 건물 내 여자 화장실에서 50대 여성 B씨가 용변을 보는 모습을 훔쳐보고 성적 행위를 한 혐의를 받아왔다.

B씨는 같은날 오후 5시 34분 112에 신고했고, 사건을 접수한 화성동탄경찰서 여성청소년과 소속 경찰관 2명은 24일 오전 현장에 출동해 관리사무소 건물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인한 뒤 A씨를 찾아갔다.

A씨가 경찰에 "화장실을 이용한 사실은 있지만 여자 화장실에는 들어간 적이 없다"는 취지로 항변했으나, 경찰은 "CCTV 영상이 있다"고 맞섰다.

A씨는 유튜브 채널에 이 과정 전반을 녹음해 둔 파일을 올렸다. 영상에는 경찰이 A씨에게 반말로 응대하는 상황 등이 고스란히 담겼다. 이를 본 네티즌들은 경찰서 인터넷 게시판에 1만 건이 넘는 글을 올리며 경찰의 대응을 비판했다. 화성동탄경찰서는 홈페이지를 통해 "객관적 증거를 토대로 누구도 억울하지 않게 엄정하게 수사하겠다"는 글을 올렸으나, 비난 여론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그러나 경찰 조사 과정에서 관리사무소 건물의 CCTV는 건물 출입구 쪽을 비추고 있을 뿐, 남녀 화장실 입구를 직접적으로 비추고 있진 않은 점이 확인됐다. 또 CCTV상에는 신고 당일 오후 5시 11분 B씨가 건물로 입장하고, 2분 뒤 A씨가 입장하는 모습이 담겼다. 이어 오후 5시 14분 B씨가 건물을 빠져나가고, 1분 뒤 A씨가 건물 밖으로 나가는 장면이 찍혔다.

A씨가 성범죄를 저질렀다면 B씨에게 적발된 뒤 즉시 도주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건물 퇴장 순서는 오히려 B씨가 먼저고, A씨가 나중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이런 가운데 B씨는 지난 27일 오후 돌연 화성동탄경찰서를 찾아 "허위신고를 했다"고 자백했다. B씨는 "병원에서 약을 처방받아 복용하고 있는데 다량을 복용할 경우 없는 얘기를 할 때도 있다"고 했다.

경찰은 경기남부경찰청 소속 프로파일러 3명을 투입해 피해자 진술 평가를 했고, 프로파일러들은 B씨의 신고에 대해 "실제 없었던 일을 허위로 꾸며낸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다만 이 신고는 정신과 등 증상과는 관련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는 결론을 내놨다.

경찰은 A씨에 대해 입건 취소를 하고, B씨에 대해서는 무고 혐의로 입건할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또 경찰은 A씨에게 부적절한 언행을 한 경찰관들에 대해 내부 감찰을 진행, 향후 상응하는 처분을 내릴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관이 피신고인인 A씨에게 부적절한 언행을 한 데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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