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김진표 대화록 있다” 음모론 키우는 野…與 “책 장사 하냐”

중앙일보

입력

지난해 4월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지난해 4월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김진표 전 국회의장의 회고록 『대한민국은 무엇을 축적해왔는가』가 논란을 빚고 있다. 지난 27일 공개된 회고록에 “윤석열 대통령이 ‘이태원 참사가 특정 세력에 의해 유도되고 조작된 사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말을 했다”는 내용이 담기면서다. 야권은 이를 고리로 공세의 끈을 바짝 조이는 반면 여권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8일 페이스북에 “저는 이태원 참사(2022년 10월 29일)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로 수시로 김 전 의장을 만났다”며 “당시 김 전 의장은 윤 대통령과 국가조찬기도회(2022년 12월 5일)에서 나눴던 대화를 그대로 공유해주셨는데, 이태원 참사에 관한 대통령의 매우 잘못된 인식을 드러낸 대화도 생생히 듣고 지금도 메모장에 남아있다”고 적었다.

박 의원은 “윤 대통령이 ‘좌파 언론이 사고 2~3일 전부터 사람이 몰리도록 유도한 방송을 내보낸 것도 의혹이다. 우발적 발생이 아닌 특정 세력에 의한 범죄성 사건이라는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주장한 뒤 “배후설은 극우 유튜버가 제기해온 주장인데, 해당 의혹은 경찰 특별수사본부가 참사 보름만인 그해 11월 무혐의로 결론을 냈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극우 유튜버의 음모론을 계속 믿고 있었던 것 아니냐”고 했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퇴임을 앞둔 지난 5월 28일 오후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를 마친 뒤 의장 집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김진표 국회의장이 퇴임을 앞둔 지난 5월 28일 오후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를 마친 뒤 의장 집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문재인 정부에서 국가정보원장을 지낸 박지원 민주당 의원도 페이스북에 “어쩌다 우리 국민은 이런 대통령 치하에서 살아야 하느냐”며 “정부 잘못으로 159명의 어린 생명을 하늘나라로 보내고도 이들을 위한 조찬기도회에서 그런 말을 했다면, 대통령은 기도에선 대체 뭐라고 한 거냐”고 썼다. 같은 당 황정아 대변인도 “윤 대통령이 관련 논란을 직접 해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도 “참사 소식을 접하고 좌익 세력 공작을 의심해 해야할 일을 하지 않은 대통령이 있다면 대통령 자격이 없다”며 “참 나쁜 대통령이다. 누군가는 대통령이 그랬을리 없다고 하지만 저는 그랬을 분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야권의 비판에 여권은 “생트집”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곽규택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만약 김 전 의장 회고록 내용과 박홍근 의원 주장이 사실이라면 지난 1년 8개월간 민주당은 왜 이 문제를 거론하지 않은 것이냐”며 “일방적인 주장을 뒤늦게 꺼내는 것을 두고 국민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낼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김 전 의장도 관심을 끌려는 의도로밖에 해석이 안 된다”고 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도 “김 전 의장의 회고록은 정치적 금도를 넘어선 것”이라며 “자기 책 장사를 하려고 윤 대통령과의 대화를 곡해해 일방적으로 공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윤 대통령이 이태원 참사 직후 발 빠르게 초동 대응을 했고, 철저한 수사도 지시한 점을 국민도 다 아실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날 대통령실은 김 전 의장을 향해 “독대를 요청해 나누었던 이야기를 멋대로 왜곡해서 세상에 알리는 것은 개탄스러운 일”이라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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