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서 하는 공부, 인문학적 감수성의 쓸모[BOOK]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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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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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수성 수업
정여울 지음
김영사

'에파누이스망'이라는 프랑스어 단어가 있단다. 한국어로 맞춤하게 옮기기가 쉽지 않은데 지은이에 따르면 대략 "행복으로 충만해진 자아의 느낌, 궁극의 기쁨에 사로잡혀 계속 그 상태에 머물고 싶은 눈부신 희열의 상태"나 "순간순간 느끼는 인생의 기쁨"을 가리킨다. "자발적으로 몰입하여 느끼는 기쁨"을 포함하기도 한다. 이 책은 지은이에게 에파누이스망을 일깨워준 배움의 순간을 담은 것이기도 하다.

알쏭달쏭한 설명의 실체는 책장을 넘기면 이내 알게 된다. 문학과 예술에 대한 지은이의 풍부한 체험과 세상을 보는 시각이 43개의 항목별로 펼쳐진다. 문학평론가 롤랑 바르트의 개념인 '푼크툼'과 '스투디움'을 시작으로 각 항목은 리추얼·돌봄·배려·애도 등 개념이나 낱말일 때도, 그리니치 천문대나 액자 같은 장소나 사물일 때도 있다. 수전 손택, 안중근, 프시케, 이방인 등 인물과 캐릭터도 있다. 어떤 항목든 인문학적 감수성과 상대에 대한 공감을 불러내는 산문이 흘러나온다.

지은이의 '공부'는 학교에서 시켜서 하거나, 자격증을 따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저 좋아서 하는 공부"다. 책 머리에 실린 글은 그런 공부의 내력과 효용을 전한다. 책 제목의 '수업'도 같은 맥락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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