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9년 로마와 1999년 미국은 쌍둥이, 경제 번영이 부른 정치적 도전[BOOK]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책표지

책표지

제국은 왜 무너지는가
피터 헤더, 존 래플리 지음
이성민 옮김
동아시아

지난 200년 이상 글로벌 중심이던 서구가 21세기 들어 흔들리고, 과거 서구 식민지나 영향권이던 글로벌 주변부가 경제적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고대 로마의 부상과 쇠락의 역사가 새삼 주목받는다. 시공간은 달라도, 로마와 서구의 역사는 거의 평행관계일 정도로 닮았기 때문이다.

영국 런던 킹스칼리지대 로마 연구자와 케임브리지대 개발연구센터 정치경제학자인 지은이들은 서기 399년의 로마와 1999년의 미국을 비교하며 서구 쇠락 문제를 파고든다. 지은이들에 따르면 로마와 서구의 확장 과정은 일란성 쌍둥이 수준이다. 작은 신흥세력이 무역‧식민화, 군사적 확장을 거쳐 경제는 물론 경제‧정치‧언어‧문화‧사회에서 압도적 지배력을 확보한 패권 세력이 됐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로마 몰락에서 서구는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을까. 로마의 패권 종식이 내부 사건‧선택이 아니라 주변부 변화에서 출발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제국의 경제 번영으로 혜택을 본 주변부가 축적한 부를 바탕으로 중심부에 정치적으로 도전하기 때문이다. 서로마가 무너질 당시에도 경제는 비교적 튼튼했으며, 붕괴의 최대 원인은 세력이 커진 야만족이 국경을 위협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오늘날 서구가 겪는 무역‧이민 갈등 같은 외부 문제를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낡은 제국의 중심지는 아무래도 쇠락하게 마련이다. 오늘날 미국‧영국‧유럽연합(EU)이 제아무리 ‘다시 위대하게’를 외쳐도 쇠퇴를 반전시키기는커녕 가속화하고 심화할 뿐이라는 게 지은이들의 분석이다. 과거 ‘위대함’의 바탕이 됐던 글로벌 전략이 더 이상 유효하지도, 재현될 수도 없기 때문이다.

결국 제국이 번영‧절정 과정에서 붕괴의 씨를 뿌렸다고 볼 수 있다. 제국에도 인간의 생로병사 같은 생애주기가 있다는 이야기다. 지은이들은 서구 붕괴 지연과 연착륙을 위한 처방으로 국제협력과 주변부에 대한 포용력‧ 공정성 발휘를 제시했다. 원제 Why Empires Fall: Rome, America, and the Future of the Wes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