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청정기 필터 속 필로폰 와르르…586억 마약 밀수 수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경찰은 지난해 11월부터 12월까지 총 4회에 걸쳐 국내로 586억원 상당의 필로폰 17.6kg을 밀수입해 이 중 일부를 유통한 조직원 등 46명을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검거했다고 28일 밝혔다. 사진 서울경찰청 제공

경찰은 지난해 11월부터 12월까지 총 4회에 걸쳐 국내로 586억원 상당의 필로폰 17.6kg을 밀수입해 이 중 일부를 유통한 조직원 등 46명을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검거했다고 28일 밝혔다. 사진 서울경찰청 제공

공기청정기 필터에 필로폰을 숨겨 국제택배로 밀수입하고, 야산에 파묻어 전달하는 수법으로 국내에 필로폰을 유통한 일당이 경찰에 무더기로 붙잡혔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마약범죄수사대는 지난해 11월부터 12월까지 총 4회에 걸쳐 국내로 586억원 상당의 필로폰 17.6kg을 밀수입해 이 중 일부를 유통한 조직원 등 46명을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검거했다고 28일 밝혔다. 이 중 국내 총책 A씨와 국내 수령·유통책, 마약 구매자 등 12명을 구속했다. 경찰은 해외 총책인 중국 국적 B씨에 대해서는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 적색 수배를 요청할 계획이다.

경찰에 따르면, 일당은 밀수입자, 국내 수령·유통책, 중간 유통책, 판매책 등으로 구성됐다. A씨와 B씨 등 3명은 미국발 항공기 국제택배로 배송시킨 공기청정기 필터에 필로폰을 은닉해 밀수입했다. A씨는 교도소에서 만난 국내 수령책 C씨를 미리 포섭해 배송지와 수취인 이름, 전화번호를 B씨에게 전달했다.

미국발 항공기에 국제택배로 배송시킨 공기청정기 필터에 숨겨 국내로 밀수입된 필로폰. 사진 서울경찰청 제공

미국발 항공기에 국제택배로 배송시킨 공기청정기 필터에 숨겨 국내로 밀수입된 필로폰. 사진 서울경찰청 제공

일당은 지능적으로 수사 기관의 눈을 피했다. 기존 유통 방식이었던 주택가 골목길 등 도심 속 던지기 수법 단속을 피하기 위해 중간 유통책에게 플라스틱 통 21개(1통 당 약 100g)에 필로폰을 소분한 뒤 야산 땅속에 파묻어 전달하게 했다. 폐쇄회로(CC)TV 추적을 피하기 위해서다. 판매책들은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까지 수도권 일대에 던지기 수법으로 26명에게 필로폰을 팔았다.

자금 추적도 교묘하게 피해갔다. 일당은 범행 관련 대화가 끝나면 즉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대화 내용을 삭제하고, 수고비는 가상자산으로 전송받아 현금으로 바꿨다. 또 중국에서만 사용하는 인터넷 결제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약속한 장소에 물건을 두는 식으로 현금을 전달했다.

경찰은 국가정보원으로부터 수도권 일대에 필로폰 유통 조직이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지난해 10월 수사에 착수했다. 검거 과정에서 C씨 주거지에서 필로폰 약 2.1kg, C씨에게 배송된 공기청정기 필터에 숨겨진 필로폰 약 5.1kg, 야산 땅속에 묻혀 있던 필로폰 1kg 등 필로폰 약 8.6kg을 압수했다. 약 28만 6000명이 동시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또 A씨 소유의 자동차와 임대보증금 1467만원을 기소 전 추징 보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밀수입 및 대규모 유통 사범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해 특별단속을 계속해 나가겠다”며 “마약류 유통은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에 악영향을 끼치는 중대한 범죄이므로 의심되는 사례는 수사기관에 적극적인 신고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