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배신의 정치 성공 못해" 한동훈 언급 땐 어조 세졌다 [여당 당권주자 인터뷰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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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국민의힘 당대표에 도전하는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27일 “대통령과 갈등을 풀지도 않은 사람이 어떻게 당 대표에 나서느냐”며 “갈등을 조정할 준비된 후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을 윤석열 정부를 함께 만들었다는 의미인 ‘창윤(創尹)’이라 지칭하며 “윤 대통령은 정권을 교체한 것만으로도 절반 이상을 했다. 남은 절반은 우리가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정 성공을 위해서라면 대통령의 바꿀 부분은 바꾸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이 27일 서울역 플랫폼에서 인터뷰 중 "여당은 국민에게 와닿는 비전과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호 기자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이 27일 서울역 플랫폼에서 인터뷰 중 "여당은 국민에게 와닿는 비전과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호 기자

원 전 장관은 1시간 가까이 이어진 인터뷰에서 ‘대통령’을 19차례, ‘신뢰’를 16차례 언급했다. 대선 캠프 정책총괄본부장을 거쳐 윤석열 정부 초대 국무위원을 지낸 그는 “당원과의 신뢰, 당정의 신뢰가 바탕이 돼야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원 장관의 이날 스케줄은 30분 단위로 빼곡했다. 이른 아침 서울역에 도착한 원 전 장관은 “총선 후 살이 10㎏ 빠졌는데, 다시 찔 여유도 없이 바쁘게 다니고 있다”고 말한 뒤 곧장 승강장으로 향했다. 인터뷰는 부산행 KTX 열차의 객실 간 통로에서 이뤄졌다. 승객 중엔 의자에 앉은 원 전 장관을 알아보고 인사를 건네거나 사진 촬영을 요청하는 이들도 있었다.

출마 결심이 가장 늦었다
“4·10 총선(인천 계양을)에서 패배한 뒤에는 선거에 나올 생각이 전혀 없었다. 대통령과 정권에 대한 책임감으로 나섰다. 나는 윤석열 정권을 함께 만들고 운명도 같이하는 ‘창윤’이다. ”  
4명의 후보 중에 왜 원희룡이 적임자인가
“더불어민주당은 각종 탄핵으로 이재명 전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피하려고 한다. 어설픈 리더십에 당을 맡겼다간 2017년 탄핵 사태가 반복될 수 있다. 집안이 분열되지 않게 끌고 나가는 게 리더다. 국회의원 세 번, 도지사 두 번에 대선 후보와 장관까지 해봤다. 갈등을 조정할 수 있는 준비된 후보다.”
지지율이 압도적이진 않다
“인기는 첫눈에 반하면 얻을 수 있지만, 어려운 일을 해내는 동지적 신뢰는 하루 이틀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27일 서울역을 출발에 부산을 향하는 KTX에서 "팬덤 정치는 경계해야 할 민주주의의 병폐다. 팬덤에 지배되지 않도록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호 기자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27일 서울역을 출발에 부산을 향하는 KTX에서 "팬덤 정치는 경계해야 할 민주주의의 병폐다. 팬덤에 지배되지 않도록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호 기자

친윤 후보인가
“친소 관계로는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친윤이다. 사적 관계로 시작해서 법무부 장관까지 올랐다. 나는 누구처럼 넥타이를 받은 적도, 밥 한 끼도 얻어먹은 적이 없다. 나는 경선 경쟁자였지만 정권 창출을 위해 깨끗이 승복했다. 그 뒤론 모든 경험과 능력을 국정 수행에 다 바쳤다.”
이른바 ‘윤·한 갈등’은 어떻게 보나
“총선 직후 식사 자리에서 전당대회 얘기를 했다. 한 전 위원장은 ‘내가 왜 나갑니까’라고 했다. 윤 대통령과의 관계에 대한 입장도 충분히 들었다. 내용을 옮길 순 없지만, 적어도 당 대표를 맡겠다면 1호 당원이자 국정에 가장 큰 권한과 책임이 있는 대통령과의 갈등을 풀고 나왔어야 했다. 인간관계와 정치의 기본에 대한 인식 자체가 없는 것 같다.”
한 전 위원장은 대통령을 ‘공적 관계로 대하겠다’고 했다.
“친소 관계로 시작했는데, 공적 관계로 풀겠다는 건 이재명에게나 할 이야기다. 인기가 떨어지면 비판해서 차별화를 한다? 분열과 배신은 정말 조심해야 한다. 정치 경험도 없는 상태에서 난도가 높은 차별화를 부추기는 주변 세력이 있는데, 우리 모두에게 불행한 결과를 당겨올 수 있다.”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이 27일 부산으로 가는 KTX를 타기 위해 서울역으로 향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이 27일 부산으로 가는 KTX를 타기 위해 서울역으로 향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원 전 장관은 ‘한동훈 대세론’에 대해 “실체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당의 전통과 국가의 미래를 걱정하는 당원들의 신뢰는 영원하고, 인기는 잠깐”이라고 했다. 한 전 위원장의 이름을 언급할 때면 어조도 강해졌다. 그는 “배신의 정치는 성공 못 한다”고 힘주어 얘기했다.

지지층 사이에선 ‘한동훈 팬덤’이 실재한다
“팬덤 정치는 망국병이다. 맹목적인 지지에 상대를 인정하지 않는 공격적인 팬덤은 합리적인 토론을 불가능하게 한다. 그래서 민주당이 이재명의 ‘어버이 수령당’이 됐다. 진짜 리더라면 팬덤에 취해서는 안 된다.”
이재명 전 대표 재판 지연의 책임이 ‘한동훈 법무부’와 무슨 상관인가
“법무부는 인사권과 감찰권이 있다. 재판에서 유죄를 만들라는 게 아니다. 법무부가 공판이 신속하게 이뤄지도록 해야 했는데 그게 안 됐다. 재판 지연에 법무부·검찰의 책임이 크다. 만나는 당원들이 다 지적하는 이야기다. ‘수사 지휘권이 없다’며 책임을 돌리는 화법은 굉장히 실망스럽다.”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오른쪽)이 27일 오전 부산시청을 방문해 박형준 부산시장과 악수하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오른쪽)이 27일 오전 부산시청을 방문해 박형준 부산시장과 악수하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채 상병 특검법 수정안(대법원장 추천권)은 어떻게 보나
“민주당이 제기하는 의혹마다 전부 특검법 수정안을 낼 건가? 반대를 확실히 해줘야 그사이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수사를 끝낼 수 있다. 당에서 공수처 수사 후 특검을 하자고 결의까지 했는데, 이거 아니면 틀렸다고 하면 의원들이 승복하겠나? 누구와 토론했는지도 모르는 걸 언론을 통해 발표하고, 자신과 다르면 구태라고 얘기한다. 이건 민주주의가 아니다.”
당 대표가 되면 당정 관계를 어떻게 이끌 건가
“대통령실과 현안을 논의할 때 입장이 다르면 때론 책상도 치면서 토론할 거다. 신뢰가 있는 사람이 말하면 70%도 수용할 수도 있다. 대통령의 소통 방식과 인사도 변해야 한다.” 
나경원 의원과 연대할 것인가
“구체적인 이야기는 상대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하지만 이 순간부터 투표 결과가 발표되는 그 순간까지 언제든지 길은 열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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