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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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얼마 전 장승포 시민합창단의 음악발표회에 다녀왔다. 고급문화를 접하기힘든 경남 거제도에서 열리는 모처럼의 행사인지라 주말을 틈타 남편과 아이들을 남겨둔 채 집을 나섰다.
극장 안은 빈자리 하나 없이 꽉 메워져 있어 시민들이 이런 종류의 문화행사에 얼마나 목말라있었나를 말해주었다.
30,40대 주부들과 남성들로 구성된 혼성합창단은 장내 분위기를 압도, 청중들을 무아지경으로 몰입시켰으며 애절한 바이얼린과 그에 어우러진 첼로·피아노의 절묘한 하모니는 듣는 이들의 심금을 울렸다. 또 피날레를 장식한 『그리운 금강산』은 하나된 조국의 금강산에 올라보기를 염원하는 마음으로 모두의 가슴에 파고들었다.
음악회가 끝나고 나으니 밤은 깊어만가고 있었다. 실로 얼마만의 홀가분한 외출인가. 결혼과 함께 두 아이를 낳아 키우며 잊고 지냈던 내 자신을 잠시 다시 찾은 기분이었다. 음악회를 통해 정체되어 있던 내 가슴에 커다란 심호흡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것 같았다.
그대로 집에 들어가기엔 너무나 가슴이 벅차 올라 동행한 이웃 송이엄마와 함께 카페에 들어가 칵테일 한잔을 마시는 사치를 부려보았다·서로의 감정을 추스르며 카페를 나와 집으로 향하며 우리는 입센의 『인형의 집』에서 노라가 남편과 아이들에 대한 의무감에서 뛰쳐나와 인형이기를 거부했듯이 자아실현의 권리를 선언하기로 의기 투합했다.
우리 노라들은 이렇게5년만의 화려한 첫 외출을 끝내고 남편과 아이들이 기다리는 집으로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겼다.

<경남장승포시 옥포2동 옥포주공아파트 112동 20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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