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딸 두고 6·25 참전한 경찰관…74년 만에 국립묘지 안장

중앙일보

입력

경찰청은 27일 오후 3시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최근 6·25 전사자 유해 발굴 사업을 통해 신원 확인된 전사 경찰관에 대한 유해 안장식을 거행했다. 사진 경찰청

경찰청은 27일 오후 3시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최근 6·25 전사자 유해 발굴 사업을 통해 신원 확인된 전사 경찰관에 대한 유해 안장식을 거행했다. 사진 경찰청

다섯 살 어린 딸과 아내를 남겨둔 채 6·25 전쟁에 참전했다가 전사한 고(故) 김명손 경사(추서 계급)의 유해가 27일 오후 3시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됐다. 고인이 동료 경찰의 참전 소식을 듣고 집을 나선 지 74년 만이다.

경찰청은 이날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최근 6·25 전사자 유해 발굴 사업을 통해 신원이 확인된 전사 경찰관에 대한 유해 안장식을 거행했다. 안장식에는 윤희근 경찰청장, 박정보 전남경찰청장, 황원채 국립현충원장, 이근원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장, 유가족 단체 등 100여 명이 참석해 엄숙한 분위기 속에 헌화 및 분향, 영현봉송 등을 진행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1923년 2월 1남 5녀 중 장남으로 태어난 고 김 경사는 6·25 전쟁 당시 ‘호남지구 전투’에서 북한 최정예 부대에 맞서 싸우다가 전사했다. 호남지구 전투는 서해안을 따라 남하하는 북한 인민군 6사단 소속군인 1000여 명을 저지하기 위한 싸움이다. 이 중 전남 영광 삼학리 일대에서 벌어진 삼학리 전투에 전남경찰국 소속 200여 명이 투입돼 인민군 6사단과 맞서 싸우다 경찰 50여 명이 전사했다. 당시 27세이던 고인은 동료 경찰이 집에 찾아와 참전 소식을 알리자, 딸에게 “엄마 말씀 잘 듣고 있어라”고 말한 뒤 뛰쳐나갔다고 한다.

윤희근 경찰청장이 6·25 전쟁에 참전했다가 전사한 고(故) 김명손 경사(추서 계급)의 유해 안장식에 참여했다. 사진 경찰청

윤희근 경찰청장이 6·25 전쟁에 참전했다가 전사한 고(故) 김명손 경사(추서 계급)의 유해 안장식에 참여했다. 사진 경찰청

앞서 지난 1월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은 2007년 5월 전라남도 영광군 삼학리 일대에서 발굴한 6·25 전쟁 전사자 유해를 발굴했다. 지난 2014년 고인의 유가족이 유전자 시료 채취에 응했고,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은 최근 고인의 유전자와 비교·분석해 고 김 경사로 신원을 확인했다. 순국한 고인의 유해는 유족 의사에 따라 현충원 충혼당에 안장됐다.

고인의 유가족은 “그간 유해를 찾지 못해 안타까웠는데 마치 기적이 일어난 것 같아 더없이 기쁘다”라며 “국가에 충성을 다한 아버지가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국가가 지속해서 전사 경찰관에 대한 현양 사업에 신경 써 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