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유치원·어린이집 통합기관 문 연다…재원·교사 자격 등 '과제 산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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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야외활동에 나온 어린이들이 즐거워 하고 있다. 뉴스1

지난 21일 야외활동에 나온 어린이들이 즐거워 하고 있다. 뉴스1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합친 유보통합 기관이 이르면 2026년에 문을 연다. 원하는 학부모는 누구나 하루 12시간까지 아이를 맡길 수 있다.

교육부는 27일 제4차 영유아교육·보육통합 추진위원회 회의에서 이런 내용의 ‘유보통합 실행 계획(안)’을 심의·발표했다. 교육부는 “부모가 자녀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영유아 교육·보육 환경을 마련하는 것은 저출생 추세를 반전시키기 위한 필수 과제”라며 통합 배경을 설명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4차 영유아교육ㆍ보육통합 추진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4차 영유아교육ㆍ보육통합 추진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초 정부는 2025년부터 유보통합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계획이었지만, 시간표가 1년 미뤄졌다. 박대림 교육부 영유아지원관은 “2024년 말까지 일원화 방안을 확정하고, 2025년에는 법을 발의·통과시키는 게 목표”라며 “빠르면 2026년에는 정책이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근영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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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시간 맡길 수 있어…방학·휴일 돌봄도 확대

교육부 로드맵에 따르면, 통합기관 입학 대상은 취학 전 아동(0~5세)이 원칙이다. 다만 기관 특성과 수요에 따라 연령·학급을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현재 유치원은 만 3~5세, 어린이집은 만 0~5세의 취학 전(한국 나이 7세까지) 아동이 다닌다. 통합기관에 다니는 영유아는 하루 기본 운영시간(8시간)에, 추가 아침·저녁 돌봄(4시간)까지 이용할 수 있다. 아침 7시 30분부터 저녁 7시 30분까지 최대 12시간을 맡길 수 있는 셈이다. 방학과 휴일 돌봄도 확대할 계획이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입학 창구는 11월부터 ‘유보통합신청사이트’(가칭)로 일원화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유보통합을 앞두고 대문을 우선 하나로 합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통합기관 입학 방식은 아직 구체적인 안이 나오지 않았다. 정영훈 교육부 영유아교육·보육통합추진단장은 “현재 유치원은 추첨제, 어린이집은 점수제 위주라서 이를 (바로) 일원화하면 현장에 큰 혼란이 예상된다”며 “기간을 정확히 말할 순 없지만, 일정 기간은 별도로 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내년 3월부터는 유치원도 어린이집처럼 상시 입학제를 도입할 계획이다.

무상교육은 2025년부터 5세를 시작으로 2026년 4세, 2027년 3세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현재 유아교육법과 영유아교육법에 따라 예산 범위 내에서 무상교육을 지원하는데, 사립 유치원 학부모 부담금이나 어린이집의 필요경비 등을 지원해 기관별 차이와 학부모의 경제적인 부담을 줄이자는 취지”라고 했다.

통합기관에서는 교사 대 영유아 비율을 0세반은 현행 1대 3에서 1대 2로, 3~5세반은 평균 1대 12에서 1대 8로 낮춘다. 면적·마감재 기준을 상향하는 등 교육 환경도 개선할 방침이다.

정부는 올 하반기에 유보통합 모델 학교를 선정해 현장에 적용한다. 오는 8월 100개(교육청별 최소 6개) 안팎을 시작으로 2025~2027년 매년 1000개씩 추가 지정할 계획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유보통합을 현장에 구현하면서 단계적으로 개선·확산하기 위한 것”이라며 “학부모들이 체감할 수 있는 질 개선 과제를 법 개정 이전부터 가능한 범위 내에서 적용해보는 사업”이라고 말했다.

교사 자격·재원 등 30년 쌓인 ‘고차방정식’ 풀어야

지난해 11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관계자들이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보통합과 늘봄 정책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1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관계자들이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보통합과 늘봄 정책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의 목표대로 2026년에 유보통합이 실현되려면 넘어야 할 과제가 많다. 유보통합은 지난 30년간 각 정부가 추진했지만, 이해관계를 좁히지 못해 번번이 실패했다. 큰 과제 중 하나는 재원 마련이다. 앞서 교육부는 유보통합 후 2026년부터 연간 2조 원 이상의 예산이 추가로 소요될 것으로 추산했다. 박 지원관은 “인력이나 재원 계획은 관계기관과 협의를 하고 있다. 연말까지는 정리해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난제로 꼽히는 통합 교원 자격·양성체계 개편 역시 갈 길이 멀다. 교육부는 0∼5세 영유아에 대한 단일 자격 제도를 도입할지, 0∼2세 영아정교사와 3∼5세 유아정교사로 이원화할지 등 내용이 담긴 시안을 두고 의견을 수렴한다. 유치원 교사들은 자격 요건이 다른 보육교사와 자격이 통합되는 데에 거부감이 있다. 유아보육법·유아교육법·고등교육법 등 관련 법령 개정도 필요하다. 통합기관의 명칭 역시 올 하반기 의견 수렴을 거쳐 결정할 예정이다.

정근영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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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그동안 ‘남북통일보다 어려운 유보통합’이라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였는데, 큰 진전이 있었다고 본다”며 “정부는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동반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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