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적금 잔액 전년 말 대비 28%↓…청년부터 "적금 대신 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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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말 시중은행 적금 잔액이 전년 말 대비 약 30%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2~3월 출시된 정책금융 상품인 ‘청년희망적금’의 만기가 돌아와 수령금이 대거 빠진 데다, 적금 대신 투자로 눈을 돌리는 경우도 늘어나면서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달 말 기준 적금 잔액은 32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45조1000억원)보다 28% 감소한 수치다. 시중은행 적금 잔액은 저금리에다 주식투자 열풍이 불던 2020~2021년 사이 감소했다가, 이후 금리 상승기에 접어들면서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현상과 함께 2023년까지 다시 증가한 바 있다. 그러던 중 올해 들어 잔액이 다시 감소로 전환한 것이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은행권에선 이번 감소세는 20조원에 이르는 청년희망적금 만기가 올 초부터 순차적으로 도래한 영향이 크다고 보고 있다. 2022년 청년희망적금이 출시되면서 지난해까지 적금 잔액을 끌어올리는 데에 영향을 미쳤다면, 만기와 함께 적금 잔액도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다. 청년희망적금은 2년간 매달 50만원 한도로 납입할 경우 정부 지원금을 합쳐 연 10% 안팎의 금리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상품으로, 청년층 200만여명이 가입한 바 있다.

만기 자금은 투자자금이나 투자 대기성 자금으로 향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올 들어 기준금리 인하 기대에 따라 주식시장이 반등하고, 암호화폐 시장도 활기를 띠면서다. 청년희망적금 만기 자금을 수령한 20대 여성 A씨는 “만기 자금을 일단 단기 예금에 넣어뒀는데, 일부는 우량주 위주로 주식 자산을 늘려볼 생각으로 공부하며 계획을 짜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한국은행도 “3월 시중 통화량(광의통화, M2)이 전월에 비해 64조2000억원 늘어나 역대 최대폭으로 증가했다”고 발표하면서 “청년희망적금 만기 수령금이 요구불예금(예금주가 요구할 때 언제든지 인출할 수 있는 예금)과 수시입출식저축성예금 등 투자 대기 상품으로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이후 4월에는 투자 대기 자금이 금 구매와 기업공개(IPO) 청약 등 다양한 투자처로 유출되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적금 대신 투자를 선택하는 경향이 과거에 비해 커졌다는 풀이도 나온다. 지난달 말 적금 잔액은 주식투자 열풍이 불었던 2020년‧2021년 말 잔액과 비교해도 각각 20%‧5% 감소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20‧30 세대를 비롯해 주식투자를 주요 자산증식 수단으로 선택하는 경향이 자리잡은 것 같다”며 “최근 미국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영향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주식거래 활동계좌(6개월 동안 한 번 이상의 거래에 사용됐고, 10만원 이상의 금액이 예치된 계좌) 수는 2021년 초 3620만개였는데, 올해 들어 사상 처음으로 7000만개를 넘어섰다. 국내 투자자의 해외주식 보관액도 지난 19일 기준 951억7600만달러(약 132조원)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중 미국 주식이 861억500만달러(약 119조원)로 90%를 차지했다.

금융소비자들이 적금 대신 투자로 눈을 돌린 건 최근 적금 상품의 실질 수익이 떨어진 영향도 있다. 과거 근로자들의 재테크 필수 아이템으로 꼽혔던 재산형성저축(재형저축) 등은 고금리에다 비과세 혜택까지 제공하기도 했지만, 최근엔 적금 우대금리 조건 충족이 까다롭거나 납입 한도가 낮은 경우가 많다. 최근 iM(아이엠)뱅크는 시중은행 전환 기념으로 최고 연 20% 금리를 제공하는 상품을 출시했는데, 사실 가입자가 받아갈 수 있는 이자는 최대 4만원대다. 하루 최대 5만원까지 60일동안만 부을 수 있어서다. 다른 은행에서도 최고금리 연 10%대를 내걸었지만 정작 추첨을 통해 우대금리를 제공하거나, 신용카드 실적과 연계해 우대금리를 주는 상품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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