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타서 저게 사람 같느냐"…딸 시신 보고 울부짖은 아버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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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전 경기 화성시청 로비에 마련된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사고 추모분향소'에서 시민들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뉴스1

27일 오전 경기 화성시청 로비에 마련된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사고 추모분향소'에서 시민들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뉴스1

27일 오전 10시 20분쯤 경기 화성중앙병원 장례식장을 찾은 채모(73)씨는 딸의 시신 확인을 말리는 공무원 말에 “목걸이와 반지를 하고 있어서 그것만 보면 안다”며 안치실로 들어갔다. 안치실에 들어서자마자 아버지 채씨의 오열이 닫힌 문 밖까지 흘러나왔다. 그는 “내 자식이 왜 이렇게 있냐. 다 타서 저게 사람 같느냐”며 울부짖었다.

24일 경기 화성 리튬공장 화재 사망자 23명의 시신의 신원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유가족들도 시신이 안치된 화재현장 인근 5개 장례식장을 찾아 시신을 확인하고 있다. 27일 오전까지 희생자 23명 중 한국인 4명, 중국인 12명, 라오스 1명 등 17명의 신원이 확인됐다.

이번 화재의 최연소 사망자인 김모(23·남)씨의 유족들은 26일 오후 6시 무렵 화성시로부터 신원확인 연락을 받고 오후 10시쯤 화성장례식장을 찾았다. 유족에 따르면 김씨는 4개월 전 한국에 들어와 1개월여 전부터 아리셀 공장에서 일했다. 고모 김씨(59)는 “외동아들이라 하나밖에 없는 조카”라며 “어른들에게 예의 바른 청년이었는데, 카메라에 잡힌 불구덩이를 보면서 내 살이 타들어 가는 것 같았다”며 오열했다.

이날 오후 10시쯤 붉게 충혈된 눈으로 화성중앙병원 장례식장을 찾은 A씨는 아내 최모(46)씨를 잃었다. 중국에 살던 부부는 아내가 5~6년 전 먼저 한국에 들어왔고 A씨는 코로나와 현지 사업 등 문제로 이달에서야 한국에 와 몇 년 만에 살림을 합친 상태였다. 아내가 아리셀에서 일한 지는 약 8개월째였다. A씨는 “아내와 함께 거주 지역을 옮기려고 했다가 1년만 채우고 옮기자고 했는데 이런 사달이 났다”며 “이렇게 위험한 일인 줄 알았으면 출근 못 하게 말렸을 텐데 그게 가장 후회된다”며 여러 번 가슴을 내리쳤다.

비슷한 시간 같은 장례식장에 안치된 사망자 B씨(37·여)의 부모 등 유가족 8명도 장례식장에 차례차례 도착했다. B씨 모친은 “우리 딸 봤느냐, 너무 예쁘다”며 얼굴을 감싸고 오열했다. B씨 유가족 중 1명은 시신 확인 과정에서 실신해 119구조대가 출동, 병원으로 이송됐다.

오후 10시 20분쯤 인근 송산장례식장을 찾은 한 중년 여성의 앞섶은 땀으로 흥건히 다 젖어 있었다. 그는 “나 진짜 예쁘게 키웠다, 정말 최선을 다해서 키웠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하다가 결국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다.

사망자들의 신원 확인에 속도가 붙으면서 이들의 빈소 마련 등 장례와 보상 절차도 속속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경기남부경찰청 화성화재 사건 수사본부는 25일까지 신원이 확인됐던 한국인 3명 외에 26일 오후 10시 30분 기준 유족과의 DNA 대조로 14명의 신원이 추가로 확인돼 현재까지 총 17명의 신원이 파악됐다고 27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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