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량 지하차도 침수’ 부구청장 무죄 확정…"인과관계 인정 안돼"

중앙일보

입력

지난 2020년 7월 23일 사망자가 3명 나온 부산 동구 초량 제1지하차도에서 소방대원이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 부산경찰청

지난 2020년 7월 23일 사망자가 3명 나온 부산 동구 초량 제1지하차도에서 소방대원이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 부산경찰청

2020년 7월 쏟아진 폭우로 부산 초량지하차도가 침수돼 3명이 숨진 사건과 관련해, 사고 책임자로 지목된 일부 구청 공무원들의 무죄가 확정됐다.

26일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부산 동구 부구청장 A씨 등 4명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A씨는 호우주의보가 발효됐던 지난 2020년 7월 23일 휴가 중인 구청장을 대신해 재난안전대책본부장 역할을 맡았다. 그는 이날 오후 별다른 지시 없이 개인 약속에 참석했다가 호우경보 발효 후인 오후 10시에 복귀하는 등 안전 지휘·감독을 소홀히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휴가를 떠났던 동구청장은 사고 발생 전인 오후 8시 40분쯤 구청으로 복귀했다.

A씨는 1심에서 금고 1년 2개월을 선고받았으나, 2심에서는 무죄 판단을 받았다. 대법원 판단도 2심과 같았다.

쟁점은 ‘공무원들의 업무상 과실과 사고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가’였다. 1심에서는 지하차도 출입통제시스템이 고장 난 채로 방치되는 등 안전관리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사고가 발생했다고 봤다. 또 호우경보 상황판단 회의가 개최되지 않은 상황이더라도 부산시 재난대응과장 B씨 등이 비상 2단계 근무명령을 내려야 했다고 판단해 이들에게 죄가 있다고 봤다.

그러나 2심은 A씨의 약속 참석 등과 사고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구청장이 하계휴가 중 호우경보 발령과 동시에 복귀했으므로 (A씨의) 직무대행자로서의 지위는 종료됐다”며 “설령 호우주의보 발효 당시 업무상 과실이 인정된다고 해도 이 사건 사고 발생과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B씨에 대해서도 직접 비상 2단계 근무명령을 내릴 권한이 없다고 봤다. 이번 판결로 B씨와 동구청 건설과 직원 2명의 무죄 역시 확정됐다.

1심에서 징역형과 금고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가 항소심에서 2개월가량 감형받은 다른 공무원 4명에 대한 원심 판단도 유지됐다. 이들은 전광판에 출입통제 문구를 표시하지 않고 고장 난 전광판을 점검·수리하지 않은 책임이 인정됐다.

부산 초량제1지하차도 침수 사고는 지난 2020년 7월 23일 부산에 기록적인 집중호우가 내렸을 때 발생했다. 오후 9시 30분쯤 지하차도가 침수됐고, 이곳을 지나던 차량 6대가 불어난 빗물에 잠겼다. 이날 지하차도에 설치된 재해전광판 시스템이 고장 나면서 ‘출입금지’ 문구가 뜨지 않았다. 이 사고로 3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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