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한동훈은 경험부재, 원희룡은 궁색…난 당 수술준비 됐다" [여당 당권주자 인터뷰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나경원 의원이 26일 김포공항으로 이동하는 차량 안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 도중 활짝 웃고 있다. 김경록 기자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나경원 의원이 26일 김포공항으로 이동하는 차량 안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 도중 활짝 웃고 있다. 김경록 기자

국민의힘 당대표에 도전하는 나경원 의원이 26일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상처 입은 당에 반창고만 붙여놓고 대선에 나갈 사람”이라며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나는 당을 수술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한동훈 대세론’에 대해서는 “2021년 전당대회 직전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준석 전 대표에게 20%포인트 이상 밀렸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당원투표에선 내가 3.5%포인트 앞섰다”며 “당원투표 비율이 80%인 이번 전당대회에서도 당원의 선택을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중앙일보 인터뷰 도중 작심한 듯 경쟁자들을 향해 날을 세웠다. 한 전 위원장의 채상병 특검법 수정안 제안을 겨냥해서는 “정치 경험 부재를 드러낸, 당을 위험에 빠뜨릴 최악의 수”라고 비판했고, 친윤 주자로 평가받는 원 전 장관을 향해서는 “대통령 덕 볼 생각이 아니라, 도울 생각을 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나는 22년간 당을 지키며 탄핵 사태 등 위기를 극복한 당대표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나 의원은 바빴다. 이날 오전 7시 30분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여당 소속 구청장들과 조찬 모임을 한 뒤 곧장 부산·경남으로 이동했다. 인터뷰는 김포공항으로 이동하는 차 안에서 약 1시간 동안 진행됐다. 차 안에는 옷가지와 신발이 빼곡했다. 쓰다 남은 파스 조각도 눈에 띄었다. 나 의원은 “발로 뛸 일이 많다 보니 종아리며 어깨며 파스 붙일 일이 늘었다”고 멋쩍게 웃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나경원 의원이 26일 차량 출발 전 옷을 정리하고 있다. 나 의원은 이날 인터뷰에서 ″일정이 바쁠 때는 옷과 신발을 차 안에서 갈아입어야 한다″며 ″그래서 꼭 필요한 옷은 집이 아니라 차 안에 있다″고 했다. 손국희 기자

나경원 의원이 26일 차량 출발 전 옷을 정리하고 있다. 나 의원은 이날 인터뷰에서 ″일정이 바쁠 때는 옷과 신발을 차 안에서 갈아입어야 한다″며 ″그래서 꼭 필요한 옷은 집이 아니라 차 안에 있다″고 했다. 손국희 기자

출사표를 던지며 ‘보수 재집권’을 강조했다
“4·10 총선 패배로 당이 굉장한 슬럼프에 빠졌다. 이래서는 윤석열 정부의 성공도 쉽지 않고,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 두 번째 대위기를 맞은 당을 되살리고, 재집권 기틀을 다지자는 각오로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대표 도전장을 냈다.”
첫 번째 위기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말하나
“그렇다. 당시 당에 무기력증이 넘쳤는데, 원내대표로서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고 역공했다. 이후 숨죽였던 당원들이 환호했고, 분위기가 반전됐다. 조국 법무부 장관 사퇴도 이끌었다.”
나경원 의원이 26일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여당 소속 구청장들과의 조찬 모임을 마친 뒤 차량에 올라타고 있다. 김경록 기자

나경원 의원이 26일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여당 소속 구청장들과의 조찬 모임을 마친 뒤 차량에 올라타고 있다. 김경록 기자

7월 23일 열리는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나 의원과 윤상현 의원, 원 전 장관, 한 전 위원장의 4파전이다. 이날 인터뷰 내내 차분하게 답하던 나 의원은 원 전 장관과 한 전 위원장을 언급할 때면 목소리 톤이 일시적으로 높아졌다.

한 전 위원장이 채상병 특검법 수정안을 띄웠다
“원내에서 민주당과 싸워본 적 없는 경험 부재가 나쁜 수로 이어진 것 아닌가. 야당의 특검 프레임에 갇히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이래서 ‘정치는 프로페셔널의 영역’이라는 말이 나온다.”
그럼에도 ‘한동훈 대세론’이 상당한데
“정치에 데뷔하고, 곧바로 총선을 지휘해 주목받았지만, 한 달간 동등한 위치에서 경쟁하면 당원 기류가 달라질 것이다. 나는 22년간 당을 지키며 당원과 울고 웃었다.”
원 전 장관도 당의 중진 아닌가
“원 전 장관은 2017년 탄핵 사태 때 새누리당(현 국민의힘)을 탈당해 3년간 당을 떠났다. 나와는 다르다.”
나경원 의원이 26일 오후 부산 사하구 조경태 의원의 사하을 당협사무실을 방문해 당원들과 만나 발언하고 있다. 뉴스1

나경원 의원이 26일 오후 부산 사하구 조경태 의원의 사하을 당협사무실을 방문해 당원들과 만나 발언하고 있다. 뉴스1

나 의원은 지난해 전당대회 때 유력한 대표 후보로 거론됐지만 ‘윤심(尹心)’과는 거리가 있었다. 친윤계 초선 의원 48명이 나 의원의 불출마를 요구하는 연판장을 돌렸고, 결국 출마를 접었다. 그는 “지난 일이고 잊었다”고 했다.

윤 대통령과 여당 대표의 관계가 중요한데
“윤 정부가 성공해야 재집권도 가능하다. 당 대표가 되면 당정 협력에 우선순위를 두고, 옳은 방향의 정부 정책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하겠다. 국민의 섭섭함이 있다면, 놓치지 않고 대통령에게 전달하겠다.”
대통령과의 식사 사실이 원 전 장관을 통해 알려졌다
“대통령과 좋은 분위기에서 식사했지만, 일부러 알리지 않았다. 당 대표 선거를 하는데 계속 대통령을 끌고 들어오는 원 전 장관, 좀 궁색하지 않나. 대통령 덕 볼 생각이 아니라 도울 생각을 해야 한다.”
친윤과 반윤 사이에 끼었다는 지적도 있다
“한 전 위원장은 대통령과 차별화를 강조해 본인만 부각하려 하고, 원 전 장관은 대통령을 등에 업으려 한다. 나는 여당 재건에 집중할 것이다. 대통령도 제 진심을 알아주리라 믿는다.”
나경원 의원이 26일 경남도의회에서 국민의힘 경남도의원들과 간담회를 마친뒤 이동하고 있다. 뉴스1

나경원 의원이 26일 경남도의회에서 국민의힘 경남도의원들과 간담회를 마친뒤 이동하고 있다. 뉴스1

22대 국회는 170석 민주당이 주도권을 쥔 여소야대 구도다. 서울 동작을에서 5선 고지를 밟은 나 의원은 “국회 본회의장에서 마이크를 잡고 이재명 전 대표를 견제할 사람은 바로 나”라고 현역 의원의 장점을 부각했다.

차기 당대표의 맞상대는 이재명 전 대표다
“한 전 위원장은 총선 지휘자로서 이 전 대표에게 패했고, 원 전 장관은 인천 계양을에서 이 전 대표에게 졌다. 반면 나는 서울 동작을을 8번이나 지원 사격한 이 전 대표를 물리쳤다.”
현역 의원의 장점을 강조했는데
“향후 정국의 주요 전장(戰場)은 국회 본회의장이다. 이 전 대표가 본회의장에서 각종 입법 독주를 지휘할 때, 여당 대표가 회의장에 들어오지 못하고 속수무책이면 되겠나.”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