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피해자 대부분 산재보험 가입 안 됐는데…보상 받을 방법은 [화성 리튬공장 참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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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지난 24일 30여 명의 사상자를 낸 경기 화성 일차전지 업체 아리셀 공장 화재 사고 현장에서 25일 경찰과 소방, 국과수 등 관계자들이 합동감식을 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지난 24일 30여 명의 사상자를 낸 경기 화성 일차전지 업체 아리셀 공장 화재 사고 현장에서 25일 경찰과 소방, 국과수 등 관계자들이 합동감식을 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화성시 리튬 1차전지 공장 화재 피해자 대부분이 산업재해보상보험에 가입이 안 돼 있지만 산재 보상은 받을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고용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은 피해 노동자의 실사용자를 가려 업주에 책임을 물릴 예정이다.

산업재해보상을 담당하는 근로복지공단은 26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화성 배터리 공장 화재 사건의 피해자들이 산업재해보상보험(산재보험)에 신고됐는지와는 별개로 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지난 24일 아리셀 공장 화재 참사 희생자 23명 중 외국인 노동자 18명 전원이 파견업체 메이셀 소속이며, 메이셀은 산재보험 가입을 안 했다고 한다. 상시 근로자 1인 미만 사업장도 산재보험 가입 대상이고, 사업주는 근로자의 국적 여부와 관계없이 근로복지공단에 신고해야 하지만 지난 5월 설립된 메이셀 측이 신고하지 않은 것이다.

불법 파견 의혹을 받는 '메이셀' 이전 경기 안산 에스코넥 공장 2층에서 '한신다이아'라는 업체가 운영됐다. 한신다이아 측은 ″파견 수수료를 받는 파견 업체″라며 ″업체명을 메이셀로 바꿨다″고 중앙일보에 전했다. 이찬규 기자

불법 파견 의혹을 받는 '메이셀' 이전 경기 안산 에스코넥 공장 2층에서 '한신다이아'라는 업체가 운영됐다. 한신다이아 측은 ″파견 수수료를 받는 파견 업체″라며 ″업체명을 메이셀로 바꿨다″고 중앙일보에 전했다. 이찬규 기자

하지만 산재보험 가입 여부와 상관없이 ‘임금 근로자’인 것만 확인이 되면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근로복지공단 측의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산재보험이 신고돼 있지 않으면 노동자들이 임금 근로자인지 판단해야 하지만, 이 절차를 단축하기 위해 지금 자료를 수집하고 있고 바로 보상이 될 수 있도록 사전 조치를 할 예정이다”고 덧붙였다.

사망자 대부분이 외국인인데 통상 유족 급여는 평균 임금의 1300 일치분인 유족보상일시금을 받게 된다. 중경상자는 치료비와 치료로 인한 휴업 급여(평균 임금의 70%)를 받게 된다. 이와 별도로 재해로 인해 장해가 남으면 등급에 따라 보상금이 차등 지급된다. 평균 임금은 3개월 치 임금을 기준으로 산정한다. 근로복지공단 관계자는 “사업장이 근로자 소득 신고를 제대로 안 했을 경우, 임금을 파악하기 위해 대상자는 물론 동료 근로자 그리고 사업장의 진술을 확보할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산재 보험금 지급과 별개로, 고용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은 아리셀과 메이셀 중 근로자의 실사용주가 누군지 들여다 보고 있다. 메이셀은 지난 5월 7일 1차전지 제조업을 사업 목적으로 설립·등기한 업체다. 그런데 이 업체의 소재지가 화재 발생 현장인 아리셀 공장 3동 2층 포장 작업장이었다. 아리셀이 메이셀을 통해 파견 형식으로 인력을 받은 게 아니라 사내하도급업체의 외형을 갖춘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아리셀은 “불법 고용 혹은 파견은 없었다”고 밝혔지만 메이셀은 “도급업체가 아닌 인력파견을 담당하는 파견업체”라며 입장이 엇갈린 상황이다.

아리셀 모회사 에코넥스 박순관 대표가 25일 경기 화성 일차전지 업체 아리셀 공장 화재 사고 현장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아리셀 모회사 에코넥스 박순관 대표가 25일 경기 화성 일차전지 업체 아리셀 공장 화재 사고 현장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아리셀과 메이셀 중 실사용자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과 산재보험 신고 위반에 대한 법적 책임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과태료 징수 등을 담당하는 근로복지공단 관계자는 “근로자를 채용하고도 14일 이내에 산재보험 가입하지 않으면 누락된 건수당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와 미납 보험료 그리고 근로자에게 지급된 보험금의 50%(보험급여징수금)를 별도로 납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보험급여징수금은 기존에 미납된 산재 보험료의 5배가 상한액이다. 다만 산재보험이 가입된 아리셀이 실사용자로 판단되면 보험급여징수금은 징수되지 않는다.

이와 별개로 화성 아리셀 공장은 민간 보험인 KB손해보험을 통해 가입금액 215억 원의 재산종합보험을 든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보험의 ‘신체손해배상책임’은 인당 최대 1억 5000만원까지 지급된다. 다만 신체손해배상책임은 사업장의 근로자가 아닌 제3자의 신체에 손해를 입혔을 때 지급되는 보험이다. 사상자의 고용관계에 따라 KB손해보험 대상이 된다.

KB손해보험 관계자는 “공장이나 백화점, 아파트 같은 ‘특수건물’은 보험 가입이 의무다. 신체손해배상책임은 제3자로 분류돼야 지급이 된다. 이를테면 백화점의 경우 직원이 아니고 이용객이 지급 대상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직접 고용 관계가 아니더라도 도급 관계가 있으면 사실상 고용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아리셀과 메이셀의 고용 관계는 조사 과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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