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시조가 있는 아침

(233) 꿈에 뵈는 님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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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유자효 시인

유자효 시인

꿈에 뵈는 님이
명옥(생몰연대 미상)

꿈에 뵈는 님이 신의 없다 하건마는
탐탐이 그리울 제 꿈 아니면 어이 뵈리
저 님아 꿈이라 말고 자주자주 뵈소서
-청구영언

애틋하여라, 연정(戀情)이여.

화성 기생 명옥(明玉)이 남긴 절박한 연심의 시조다. 꿈에 뵈는 님이 왜 신의가 없다고 하였는가? 이의 배경은 무속 신앙이다. 꿈과 현실은 반대로 나타난다고 하니, 현실에서 님을 만날 수 없는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과 그리움을 초장에서 노래한다.

중장에서는 님에 대한 그리움이 더욱 깊어진다. 꿈속에서라도 님을 만날 수 있다면 그 순간만큼은 현실의 고통과 외로움을 잊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담겨 있다.

종장에서는 그리워하는 마음이 절정에 이른다. 현실에서 님과의 만남이 불가능함을 암시하면서, 오직 꿈 속에서만이라도 자주 보고 싶은 화자의 간절한 마음을 드러내준다.

성리학이 지배 이념이었던 조선 시대. 일반인들의 연정은 이렇듯 애틋하였다. 이 시조는 춘향전에도 인용돼 당시에 널리 불렸음을 알게 한다. 언제 이 땅에 살다 갔는지도 알 수 없는 기생 명옥은 노래 한 수로 불멸의 시인이 되었으니, 아름다워라 예술이여.

유자효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