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집단 절반 지주회사 체제로 바뀌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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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국내 ‘대기업집단’의 절반 정도가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대기업집단의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을 유도하고 있다. 지주회사 체제가 되면 지배구조가 단순하고 투명해져 경영 감시가 용이하고 계열사 간 위기 전이를 막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26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24년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및 기업형 벤처캐피탈 현황 분석·공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현재 대기업집단 88개 가운데 43개가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돼 있다. 대기업집단 중 지주회사와 소속 자·손자·증손회사 자산 총액이 전체 계열사 자산총액의 50% 이상인 경우 지주회사 체제로 인정받는다. 지주회사란 주식 소유를 통해 국내 회사의 사업내용을 지배하는 것을 주된 사업으로 하면서 자산총액이 5000억원 이상인 회사를 뜻한다.

지주회사 체제인 대기업집단 수는 2016년 8개에서 꾸준히 늘었다. 갈수록 대기업집단 지정 규모를 늘리면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을 유도하는 노력이 더해진 결과다. 전체 대기업집단 중 지주회사 체제 집단의 비율은 2018년 3분의 1 수준에서 올해 2분의 1 정도로 높아졌다.

전년의 지주회사 체제 대기업집단 수(38개)와 비교하면 올해 5개가 추가됐다. 기존 대기업집단에 속해 있던 현대백화점과 OCI, 동국제강이 새롭게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원래 지주회사 체제이면서 대기업집단은 아니었던 원익과 파라다이스는 올해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서 ‘지주회사 체제인 대기업집단’의 규모를 키웠다. 직전년도 대차대조표상 자산이 5조원 이상이면 경제력 집중 억제 목적으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된다.

현재 국내 모든 지주회사 수는 174개에 달한다. 지주회사에 소속된 자·손자·증손회사는 총 2462개인데, 지주회사별로 평균 14.2개 소속회사를 지배하고 있다. 전체 지주회사의 평균 부채비율은 43.2%로 공정거래법상 상한(200%)을 여유롭게 충족했다. 지주회사의 재무 건전성이 대체로 높다는 의미다. 지주회사와 그 자회사가 보유한 자회사·손자회사의 평균 지분율도 각각 69.0%와 83.3%로 양호했다. 공정거래법에선 상장된 자회사·손자회사 지분을 30% 이상 보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비상장사의 경우 50% 이상이어야 한다. 낮은 지분율로 지배력을 과도하게 확대하지 않도록 막을 목적이다.

SK는 보유한 지주회사 수가 전년 6개에서 7개로 증가하며 국내 최다 자리를 지켰다. 그다음으로 많은 지주회사를 보유한 대기업집단은 HD현대와세아인데, 각각 3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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