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깨친’ 자와 ‘깨우친’ 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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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건강관리, 시험공부 등등…. 해야만 한다는 걸 알면서도 막상 실행에 나서긴 정말 어렵다는 걸 느낄 때가 많다. 절실한 상황이 돼 스스로 깨닫기 전까지는 남이 아무리 좋은 조언을 해 줘도 귀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그래서 “스스로 깨우쳐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위 글에서 “스스로 깨우쳐야 한다”는 표현엔 어폐가 있다. ‘스스로’라는 단어와 ‘깨우치다’는 단어가 서로 호응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깨우치다’는 ‘깨치다’의 어근에 사동 접사인 ‘-우-’를 붙인 사동사로, ‘깨달아 알게 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사동사는 문장의 주체가 자기 스스로 행하지 않고 남에게 그 행동이나 동작을 하게 만드는 것을 나타내는 동사다. 그러므로 ‘깨우치다’는 스스로 깨닫는 것이 아니라 남을 깨닫게 해 주는 걸 의미한다. “나는 동생의 잘못을 깨우쳐 주었다” “이 책은 참된 사랑의 의미를 깨우쳐 주었다” 등처럼 쓸 수 있다.

스스로 깨닫는다는 걸 표현할 땐 ‘깨우치다’가 아닌 ‘깨치다’를 써야 한다. ‘깨치다’는 ‘일의 이치 등을 깨달아 알다’라는 뜻이다. “그 아이는 다섯 살에 한글을 깨쳤다” “수학의 원리를 깨치고 나니 성적이 쑥 올라갔다” 등과 같이 사용할 수 있다. 따라서 위 예문은 “스스로 깨쳐야 한다”고 고쳐야 바른 표현이 된다.

그래도 어렵다면 ‘깨치다’는 ‘깨닫다’, ‘깨우치다’는 ‘깨닫게 하다’로 바꾸어 보자. 이렇게 바꾼 문장이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다면 바른 표현이라 생각해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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