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플] 양자컴퓨터 기술, 美 100점이면 韓은 2.3점…12개국 중 최하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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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양자 기술이 세계 주요 국가들과 비교해 최하위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산하 글로벌 연구개발(R&D) 특별위원회 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이 담긴 ‘첨단바이오·인공지능(AI)·양자 글로벌 R&D 전략지도안’을 심의했다고 26일 밝혔다.

양자 기술 글로벌 기술수준지도.

양자 기술 글로벌 기술수준지도.

무슨 일이야

글로벌 R&D 전략지도는 국가별 기술수준을 논문(피인용 상위 10% 논문 수), 특허, 전문가 정성평가를 바탕으로 100점 만점 표준화 점수를 내 기술 수준 상위 10여 개 국가들을 비교한 지도다.

이 지도에 따르면 한국의 양자 기술은 주요 12개국과 비교했을 때 모든 분야에서 12위, ‘꼴찌’였다. 양자기술 중 양자컴퓨터 부문은 기술 수준이 가장 높은 미국이 100점, 중국은 35점인데 반해 한국은 2.3점에 불과했다. 양자 통신 부문에서도 미국은 84.8점을 받았지만 한국은 2.9점에 머물렀다. 아주 작은 단위의 물질을 감지해 분석하는 기술인 양자 센싱 부문도 미국을 100점으로 놓고 봤을 때 한국은 2.9점이었다.

반면 AI 분야 중 효율적 학습 및 AI 인프라 고도화 부문은 4위, 첨단 AI 모델링·의사결정 부문은 5위, 안전·신뢰 AI 부문은 6위 수준으로 평가됐다. 첨단 바이오 분야는 합성생물학 7위, 유전자·세포 치료 9위, 감염병 백신·치료는 11위였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이게 왜 중요해

양자 기술은 미국·중국 등 주요 선진국들이 국가 차원에서 막대한 돈을 투자하는 미래 핵심 ‘게임 체인저’로 손꼽히는 기술이다. 양자 기술은 물질을 구성하는 가장 작은 단위인 ‘양자’를 이용해 정보를 처리하는 기술을 말한다. 기존 컴퓨터가 정보를 0과 1의 ‘비트’ 단위로 처리·저장하는 반면, 양자 컴퓨터는 정보를 0과 1 상태를 동시에 갖는 ‘큐비트’ 단위로 처리한다. 이런 특성 때문에 기존 컴퓨팅 기술보다 여러 복잡한 계산 등을 훨씬 빠르게 풀어내고 보안성 또한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김재완 고등과학원 부원장은 “미국은 IBM·구글 등 민간 기업이 거의 20년 가까이 양자 기술에 투자하고 있고, 중국도 수년 전부터 정부 차원에서 양자에 어마어마한 자금을 투입 중”이라며 “미·중 간 양자 기술 패권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이에 반해 아직 투자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본격적인 투자가 이뤄진 지 5~6년 남짓이다. 미국·중국 등 주요 선진국보다 기술력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준구 카이스트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AI 시대에 기하급수적인 고성능 컴퓨팅 수요를 맞추려면 양자는 꼭 필요한 기술”이라며 “정부 차원의 대규모 지원이 지속적으로 필요한 분야”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가 설립한 국내 1호 양자컴퓨팅 기업인 큐노바는 올해 과기정통부가 주최한 양자 기술 행사 ‘퀀텀 코리아 2024’에서 복잡한 화학 구조 에너지를 정확하게 계산하는 양자 소프트웨어를 공개하기도 했다.

25일 오후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퀀텀 코리아 2024에 참가한 한국표준과학연구원 관계자가 양자컴퓨터 모형을 설명하고 있다. 뉴스1

25일 오후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퀀텀 코리아 2024에 참가한 한국표준과학연구원 관계자가 양자컴퓨터 모형을 설명하고 있다. 뉴스1

앞으로는

과기정통부는 기술 공동연구 등 국제협력을 통해 양자 부문 기술력을 확보해 나갈 계획이다. 구체적으로는 미주·유럽·아시아 등에 양자과학기술 국제협력 거점센터를 구축해 국가 간 협력 기반을 강화한다. 또 국제공동 연구를 매칭형·전략형·참여형으로 유형화 해 지원을 대폭 확대한다. 국내외 양자 관련 전문 인력 교류 등도 강화할 방침이다.

이창윤 과기정통부 1차관은 26일 한국 정부 대표로 참석한 ‘퀀텀 코리아 2024’ 네트워킹 자리에서“세계 각국의 대규모 투자로 양자 과학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상용화까지는 해결해야 할 기술적 문제가 많고 글로벌 생태계 조성이라는 공동의 숙제도 갖고 있다”며 “국제적 연대와 협력을 통해 우리가 직면한 다양한 도전을 극복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