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뺏고 학대' 19년간 일가족 가스라이팅 무속인 부부, 2심도 중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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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년간 일가족을 가스라이딩해 학대한 무속인 부부가 항소심에서도 중형을 선고받았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19년간 일가족을 가스라이딩해 학대한 무속인 부부가 항소심에서도 중형을 선고받았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일가족을 심리적으로 지배(가스라이팅)해 19년에 걸쳐 수억 원을 갈취하고 학대한 무속인 부부가 항소심에서도 중형을 선고받았다.
수원고법 형사3-3부(김종기 원익선 김동규 고법판사)는 특수상해교사, 강제추행, 공갈, 감금,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무속인 A씨 부부의 항소심에서 원심과 같은 징역 15년과 10년을 각각 선고했다.
또 40시간의 성폭력치료프로그램 이수 명령과 아동, 청소년 및 장애인 관련 기관 10년간 취업제한을 명령했다.

이들 무속인 부부는 2004년부터 남편과 사별한 뒤 심리적으로 자신들을 의존한 B씨와 그의 20대 자녀 C씨 등 세 남매를 정신적, 육체적 지배상태에 두고 상호 폭행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B씨는 A씨 부부의 지시로 불에 달군 숟가락으로 자녀들의 몸을 4차례 지지기도 했다. A씨 부부는 자신들의 지시를 따르지 않으면 B씨 가족끼리 서로 폭행하게 했다. 남매간 성관계를 강요하며 협박하고, 이들의 나체를 촬영하는 등 성범죄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B씨의 세 남매 중 막내의 월급 통장과 신용카드를 관리하며 2017년 1월부터 2021년 11월까지 2억 5000여만원을 빼앗은 혐의도 받는다.

A씨 부부는 자신들이 데려온 고양이 5마리를 맡기고 B씨 가족의 집에 CCTV 13대를 설치하고 감시하기도 했다. B씨의 집엔 방이 5개가 있는데 B씨 등은 부엌에서 지내고 방에선 고양이 한 마리씩 두고 키우도록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의 범행은 지난해 4월 세 남매 중 첫째가 피투성이가 된 채 이웃집으로 도망치면서 드러났다.

B씨는 남편과 사별한 뒤 무속인인 A씨 부부에게 심리적으로 의존했다고 한다. A씨 부부는 B씨 가족들에게 생활비 마련을 명목으로 각 2000만∼8000만원을 대출받도록 하는 등 경제적으로 궁핍한 상태로 만들어 놓는 수법으로 자신들을 더 의지하도록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도 수원 영통구 수원지법. 중앙포토

경기도 수원 영통구 수원지법. 중앙포토

1심 재판부는 지난해 12월 “피고인들은 한 가정의 구성원을 정기적으로 착취하는 것을 넘어 인격적으로 말살한 범행을 저질렀다”며 A씨에게 징역 15년, A씨의 아내에겐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검찰과 A씨 측은 사실오인, 법리 오해와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 “범행 가혹하고 패륜적” 중형 선고

A씨 측은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모든 범행을 부인했다. 이들은 수사가 시작된 후에도 B씨 가족에게 허위 진술을 종용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들이 한 가정의 구성원들을 경제적으로 착취한 것을 넘어 인격적으로 말살한 범행”이라며 “불로 달군 숟가락으로 피해자의 몸을 지지게 하는 등의 범행은 가학적이고 패륜적”이라며 혐의 대부분을 인정했다.

이어 “범행이 탄로 나는 것을 막고자 서로 폭력 행위를 하게 하고 피해자들에게 허위 진술을 종용하고 자신들의 고양이 양육을 위해 피해자 주거지에 다수의 CCTV를 설치하고 피해자들이 고양이 생활패턴에 맞춰 지내도록 감시하고 통제했다”며 “그런데도 수사기관에서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범죄를 인정하지 않고 피해자들을 위한 것이라는 변명으로 일관하며 더 큰 절망감을 안겨주고 있어 중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다만 이 사건 공소사실 중 A씨 부인의 강제추행 혐의는 원심 유죄에서 무죄로 뒤집었다. 재판부는 “A씨의 아내는 모친 병원 간호를 위해 지역에 있었을 뿐 공소사실 기재 일시에 범행 장소에 간 사실이 없다고 주장한다”며 “피고인이 제출한 증명자료가 이를 일부 뒷받침하는 것으로 보이고, 피해자 전체 진술을 보더라도 피고인이 현장에 있었는지 불분명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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