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극초음속미사일 공중 폭발…고체연료 엔진 연소 문제 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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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신문은 3일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새로 개발한 극초음속활공비행전투부(탄두)를 장착한 신형 중장거리 고체탄도미사일 '화성포-16나'형의 첫 시험발사를 지난 2일 현지지도했다고 보도했다. 노동신문, 뉴스1

노동신문은 3일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새로 개발한 극초음속활공비행전투부(탄두)를 장착한 신형 중장거리 고체탄도미사일 '화성포-16나'형의 첫 시험발사를 지난 2일 현지지도했다고 보도했다. 노동신문, 뉴스1

북한이 26일 동해상으로 극초음속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을 발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개발 중인 고체연료 엔진을 무리하게 적용했다 연소 계통 문제로 공중폭발했을 수 있다고 군 당국이 밝혔다. 한·미·일이 이번주 해상·수중·공중·사이버 등 다영역 군사훈련인 '프리덤 에지'(Freedom Edge)를 처음 실시하는 데 대한 맞대응이자 군사 동맹 수준에 오른 북·러 간 밀착을 과시하려 서둘렀다는 관측도 나온다.

합동참모본부는 26일 "오늘 오전 5시 30분쯤 북한이 평양 일대에서 동해 상으로 미상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으나 실패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한·미 정보당국에서 추가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합참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은 1발로, 250여㎞를 비행하다가 원산에서 70~80km 떨어진 동쪽 해상에서 공중 폭발했다"며 "파편이 반경 수㎞에 걸쳐 흩어져 바다에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

군 당국은 북한이 고체연료 추진체를 사용한 극초음속 미사일의 성능 개량을 위해 시험 발사를 시도했다 실패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합참 관계자는 "북한이 올해 들어 고체 연료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는데, 이를 더 발전시키기 위한 시험을 하지 않았을까 추측한다"고 말했다.

이번 미사일은 평소보다 많은 연기를 뿜어 동해 상으로 발사했는데도 백령도와 연평도 등 서북도서와 경기도 파주 및 연천 지역에서도 포착됐다. 평소보다 연기가 많이 발생한 이유에 대해 합참 관계자는 "연소가 제대로 안 됐기 때문일 수 있다"며 추진체의 엔진에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비정상적인 비행을 했기 때문에 비행운이 남아서 육안으로 식별할 수 있었을 것"이라면서다.

다만 권용수 국방대 명예교수는 "화염을 토대로 보면 고체연료 방식은 분명하다"면서도 "정점 고도·최고 속도·폭발 고도와 같은 비행궤적 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 극초음속 미사일의 실패 여부를 단정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러시아의 기술 전수가 우려되는 분야이기도 한데, 북한이 프리덤 에지 훈련에 맞서는 카드로 이를 꺼냈을 가능성이 있다. 이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21년 1월 8차 당대회에서 제시한 국방 분야 5대 핵심 과업 중 하나이기도 하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방북 직후 분야를 특정하지 않은 채 북한에 '초정밀 무기'를 제공할 수 있다고 밝히며 양국 간 기술 협력이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북한이 오물 풍선 부양과 탄도 미사일 발사를 병행하며 또 하이브리드식 도발에 나선 측면도 있다. 북한은 지난 24~25일 연이어 오물 풍선을 띄웠다. 합참에 따르면 24일에는 오물 풍선 350여개를 살포해 경기 북부와 서울 등에 100여개가 낙하했고, 25일 밤 띄운 오물 풍선은 250여개 중 100여개가 경기 북부와 서울 등에 낙하했다.

앞서 북한은 지난 4월 "새로 개발한 극초음속 활공비행전투부(탄두)를 장착한 새형의 중장거리 고체 탄도미사일 '화성포-16나형'의 첫 시험발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각이한 사거리의 모든 전술, 작전, 전략급 미사일들의 고체연료화, 탄두조종화, 핵무기화를 완전무결하게 실현했다"면서다.

하지만 군 당국은 이를 상당 부분 과장된 것으로 봤다. 사거리가 대폭 늘어나는 등 기술 진전은 있었으나, 극초음속 미사일의 특징인 2차 상승(pop-up) 기동에서 나타나는 급격한 궤도 변경 등 고난도 성능을 갖췄다고 볼 근거가 없다는 게 군의 평가였다.

북한의 탄도 미사일 도발에 한·미·일 북핵 수석 대표들은 26일 긴급 전화 회의를 갖고 북한을 규탄했다. 외교부는 이날 오전 이준일 한반도정책국장이 정 박 미국 국무부 대북고위관리, 하마모토 유키야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 심의관과 3자 유선 협의를 가졌다고 밝혔다. 3국 대표는 이 자리에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다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며, 한반도와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을 심각하게 위협한다"고 규탄했다.

외교부는 "대표들 북한이 불법적인 북·러 협력을 과신해 추가 도발할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한미동맹과 한·미·일 안보협력을 바탕으로 북한의 도발·위협에 대응해 나가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북한이 북·러 간 새 군사 원조 조약을 기반으로 우크라이나전에 파병할 가능성과 관련해 미 정부는 "이 문제를 주시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패트릭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은 26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을 통해 "그 문제는 확실히 우리가 지켜봐야 할 문제이며 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내가 북한군 관리자라면, 러시아군이 피해를 입고 있는 불법 전쟁에 내 군대를 총알 받이(cannon fodder)로 내보내는 선택에는 의문을 가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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