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파월이면 금리 안 내려…침체 없는 물가안정 불가능” [시장 통화주의 ②]

  • 카드 발행 일시2024.06.27

📈글로벌 머니가 만난 전문가 

글로벌 머니는 통화정책을 둘러싼 논쟁을 소개해 왔습니다. 해외 전문가를 인터뷰하는 방식이거나 경제 데이터(e-Data)를 설명하는 방식이기도 했습니다. 때로는 미 중앙은행 역사를 되새겨보기도 했습니다.

파월이 뭘 하려는 것이지?
미국 경제 M2퍼즐 풀리나
닥치고 통화량 외친 프리드먼~
세계 목줄 쥔 Fed의 탄생비화 
장단기 금리 역전이 곧 침체?
파월은 정말 무능한 인물일까?
파월은 가짜 인플레이션에 속았다

전문가들의 논쟁 또는 비판은 실용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투자 결정에 손쉽게 활용하기 어려워 보여서입니다. 그러나 중앙은행가들은 우리의 소득과 재산의 가치를 사실상 결정합니다. 그것도 정치적 공론의 장이 아니라 ‘비밀의 화원’으로 비유되는 중앙은행 깊은 곳에서 말입니다.

미국 중앙은행 비밀의 화원인 연방공개시장정책위원회(FOMC) 미팅 모습. Fed

미국 중앙은행 비밀의 화원인 연방공개시장정책위원회(FOMC) 미팅 모습. Fed

이런 중앙은행가들을 좌우하는 것은 법규가 아니라 경제이론, 특히 통화정책 프레임입니다. 이 프레임을 이해하면 중앙은행가 머릿속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더욱이 프레임은 논쟁을 거쳐 정책으로 전환됩니다.

지금처럼 기존 프레임이 인플레이션 파이팅 등에서 한계를 보일 때 새로운 프레임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에 글로벌 머니가 주목한 프레임은 ‘시장 통화주의(Market Monetarism)’입니다.

통화주의는 통화량이 물가와 성장 등을 결정한다는 쪽이다. 이런 통화주의 앞에 ‘시장’이란 말이 붙었다. 이 프레임의 정체는 무엇일까.

이 궁금증을 풀기 위해 글로벌 머니는 스코트 섬너 전 미국 벤틀리대 교수를 화상으로 인터뷰했다. 섬너 교수 등은 기존 통화주의 대표인 고(故) 밀턴 프리드먼이 주장한 통화량 타깃도 지지하지 않는다.

스코트 섬너 전 벤틀리대 교수. 조지메이슨대

스코트 섬너 전 벤틀리대 교수. 조지메이슨대

그들은 인플레이션이나 실업률도 타깃으로 적절하지 않다는 쪽이다. 대신 명목(Nominal) 경제(GDP) 성장률이나 물가지수 자체를 타깃으로 정한 통화정책을 주장한다. 물가지수는 물가상승률을 계산할 때 바탕이 되는 지수다.

섬너 교수는 시장 통화주의 관점에서 2008년 시작된 대침체의 원인을 파헤친 『화폐 환상(The Money Illusion: Market Monetarism, the Great Recession, and the Future of Monetary Policy)』이란 책을 2021년 내놓아 이코노미스트뿐 아니라 월가에서 주목받았다.

섬너 교수는 통화정책 프레임과 현실 진단, 시장 상황 등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다. 구독자의 편의를 위해 두 편으로 나눠 소개한다. 지난주 인터뷰 1편(① 시장 통화주의란?)에 이은 두 번째 이야기다.

② 내가 제롬 파월이라면…

앞서 명목 성장률을 통화정책 타깃으로 정하는 게 좋다고 했는데, 왜 실질 성장률은 타깃으로 부적절한 이유가 궁금하다.
실질 성장률은 삶의 질을 결정하는 변수다. 한국처럼 오랜 기간 실질 성장률이 높아 삶의 질이 높아진 전형적인 사례다. 반면에 베네수엘라처럼 종이돈을 많이 찍어내는 나라에서는 명목 성장률이 높게 나온다. 이런 나라에서 삶의 질은 거의 개선되지 않는다. 단, 종이돈을 극단적으로 찍어내지 않을 나라의 일상 거래, 특히 채권-채무 관계(금융거래)를 보면 거의 명목 가치(단위)를 바탕으로 이뤄진다. 기자가 100만 달러를 빌리며 1년 뒤 갚기로 했다면, 명목 가치로 이뤄진 원금과 이자를 주면 된다. 일상 경제생활 대부분이 명목 가치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명목 성장률을 타깃으로 정해놓고 통화정책을 펴는 게 좋다. 

“대침체는 Fed의 실책”

지금까지 시장 통화주의가 무엇인지 살펴봤다. 이제 현실 문제를 다룰 차례다. 우선 시장 통화주의 시각에서 볼 때 2008년 대침체의 방아쇠는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