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 내 마누라 때 봤나?”…박태준, 포철 사보에 버럭했다

  • 카드 발행 일시2024.06.27

‘농사나 잘 지으라’ 포철 막던 오히라… 그와 ‘포항’ 뜻밖 인연

대한국제제철차관단과의 협상과 결렬을 보도한 기사들 스크랩. 사진 박태준 전 국무총리

대한국제제철차관단과의 협상과 결렬을 보도한 기사들 스크랩. 사진 박태준 전 국무총리

도쿄에서 야스오카 선생부터 만나 설득에 나섰다.
“… 제철소 없이 한국은 산업화에 성공하지 못합니다.”
그는 마음의 문을 활짝 열었다. 나의 청을 받아 그 자리에서 전화를 걸었다. 상대는 일본 최대 제철소인 야하타제철(1970년 4월 1일 후지제철과 합병해 ‘신일본제철’로 바뀜)의 이나야마 사장. 그는 일본철강연맹 회장이기도 했다.

“내 방에 한국 포철의 박 사장이 와 있습니다. 그의 꿈이 실현되도록 도와주시면 좋겠습니다.”

나는 몇 블록 건너 이나야마의 사무실로 달려갔다. 십수 년 연상인 이나야마는 시종일관 온화한 표정으로 나의 이야기를 끝까지 묵묵히 들어주었다.

“… (일본의 제철) 기술 이전에는 고도의 정치적 결정이 뒤따를 테지만 협력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의 입에서 ‘협력’이란 단어가 처음으로 튀어나온 순간 나는 구원의 동아줄을 꽉 잡은 느낌이었다. 그는 후지제철의 나가노 사장도 만나게 해주었다. 이때부터 이나야마는 포철의 제일 큰 은인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