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고친 중고 외제차 보험 사기…휴대전화 녹음파일로 들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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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전력이 없던 보험 사기범들이 대담하게 중고 외제차량으로 고의 사고를 내고 보험금 지급 소송까지 벌이다가 경찰 수사에 덜미를 잡혔다.
경기 포천경찰서는 헐값에 구매한 중고 외제차 간에 고의 사고를 유발해 보험금을 받아 챙긴 혐의(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로 20대 남성 2명을 구속 송치했다고 26일 밝혔다.

경찰 조사 결과 5년 전 바이크 동호회를 통해 알게 된 A씨와 B씨는 중고 외제차의 경우 사고 이후 받는 자기차량손해 보상금(자차보험 보험금)이 해당 차량의 구매가격(중고차 시세)보다 훨씬 높다는 것에 착안해 일부러 사고를 낸 후 보험금을 가로채기로 마음먹었다. 이들은 이전에 보험사기를 저지른 적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에 보험사에서도 특별히 자신들을 의심하지 않을 것으로 여기고 범행을 결심했다.

이들은 이어 폐차 직전의 외제차를 헐값에 산 뒤 종합보험 외에 자기차량손해 담보(자차 보험)도 추가로 가입했다. 그리고는 불과 2주 만인 지난해 11월 29일에 포천시 내촌면 진목4리 교차로에서 양 차량 간에 고의 추돌 교통사고를 내고 보험금을 타기 위해 각각의 보험사에 사고를 접수했다.

이들의 범행을 알아채지 못했던 A씨 차량의 보험사는 차량 수리비용이 보험사에서 정한 차량가액을 넘어설 경우 해당 차량가액으로 지급하는 ‘전손처리비용’ 명목 등으로 A씨에게 7300만원을 지급했다. 하지만, B씨 차량의 보험사는 새벽 시간대 또래의 젊은이들이 외제차로 사고를 낸 점을 수상히 여겨 경찰에 제보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지난해 11월 29일 경기도 포천시 내촌면 진목4리 교차로에서의 고의 교통사고 모습. 사진 경기북부경찰청

지난해 11월 29일 경기도 포천시 내촌면 진목4리 교차로에서의 고의 교통사고 모습. 사진 경기북부경찰청

‘보험금 지급 소송’에 ‘금감원 민원’까지 제기  

A씨와 B씨는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보험 전문 변호사를 3명이나 선임한 후 서로 입을 맞춰 범행을 극구 부인했다. 이들은 오히려 보험금 지급을 하지 않고 경찰에 제보한 B씨 차량 보험사를 상대로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하는 한편 보험금을 지급해 달라는 소송까지 법원에 청구하는 대담함을 보였다.

이들의 범행은 경찰의 휴대전화 포렌식에서 결정적인 증거나 나오면서 들통났다. 경찰은 이들이 지인 관계라는 점과 차량을 산 시기가 서로 비슷하다는 점, A씨가 B씨의 차량을 사는 과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였다는 점에 주목했다. 경찰은 이에 피의자의 휴대폰을 압수, 포렌식 수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보험사기 혐의를 결정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통화녹음 파일을 찾아냈다. 자동 통화녹음이 설정돼 있던 B씨 휴대폰에서 A씨와 B씨가 보험사기를 모의하는 통화내용을 확보하면서 범행이 확인됐다.

이형근 포천경찰서 교통범죄수사팀장은 “보험사기는 서민경제의 불안을 가중하고 보험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한 범죄”라며 “수사기법이 고도화되고, 관련 기관 간 협조가 원활해 범죄전력이 없는 초범일지라도 결국에는 적발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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