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으로 사수하라”...낙동강 방어선 지킨 워커 장군 천도제 열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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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월정사에 모셔진 워커장군 부자의 사진. 사진 워커장군부자추모사업회

해월정사에 모셔진 워커장군 부자의 사진. 사진 워커장군부자추모사업회

한국전쟁 때 낙동강 방어선을 지킨 월턴 해리스 워커 장군과 그의 아들을 추모하는 천도재가 부산에서 열린다.

워커장군부자추모사업회(회장 최문호)는 30일 오전 11시 부산 해운대구 해월정사봉훈관에서 워커 장군 부자와 한국전쟁 참전용사 추모 천도재를 연다고 26일 밝혔다.

미국 텍사스 출신으로 2차 세계대전에서 유럽 전선을 지휘한 워커 장군은 한국 전쟁 발발 2주 정도가 지난 1950년 7월 12일 주한 유엔 지상군 사령관 겸 미8군 사령관으로 한국에 부임했다. 그는 1950년 전쟁 초기 연합군이 북한군에 밀려 낙동강 교두보까지 후퇴하자 ‘죽음으로 사수하라(Stand or die)’는 명령을 내리며 낙동강 방어선을 지켜냈다.

워커 장군의 이 같은 활약 덕분에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이 인천상륙작전을 성공시킬 수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낙동강 방어선은 워커 장군 이름을 따서 ‘워커 라인’으로 불린다.

워커 장군은 같은 해 12월 23일 오전 10시 45분쯤 함께 참전 중 공을 세운 아들 샘 심즈 워커 대위에게 은성무공훈장을 수여하려 이동하던 중 서울 도봉구에서 교통사고로 생을 마감했다. 워커 장군 시신은 미국 알링턴 국립묘지에 안장됐다.

 2017년 7월 11일 미 8군사령부는 신청사 개관식을 하며 평택 험프리스 기지를 국내 언론에 공개했다. 워커 장군의 동상이 이날 제막식이 끝난 뒤 제 모습을 선보였다.. 오종택 기자

2017년 7월 11일 미 8군사령부는 신청사 개관식을 하며 평택 험프리스 기지를 국내 언론에 공개했다. 워커 장군의 동상이 이날 제막식이 끝난 뒤 제 모습을 선보였다.. 오종택 기자

이런 이유로 서울 도봉구를 비롯해 전국 곳곳에 워커 장군 추모 시설이 있다. 도봉역 2번 출구로 나와 왕복 6차로 도로를 건너 오른쪽으로 인도를 따라 60m 정도 가면 ‘미 육군 대장 월턴 해리스 워커 전사지’라 쓰인 추모비가 있다. 2009년 12월 그를 기리고자 한국 노병이 사재를 모아 세운 추모비다. 도봉구도 오는 10월 도봉역 인근에 워커 장군 흉상을 세우는 등 추모 공간 조성을 추진 중이다.

현재 SK가 운영하는 광진구  ‘워커힐 호텔’ 역시 워커 장군에서 비롯됐다. 워커힐(Walker hill)은 워커 장군을 기리는 ‘워커의 언덕’이라는 의미다. 정부는 1963년 주한 미군과 외교관을 위한 휴양단지로 워커힐 호텔을 만들었고, 이 호텔은 10년 뒤 1973년 SK그룹에 인수됐다. 워커힐 호텔에도 워커 장군 기념비가 있다.

경기도 평택의 미군 험프리스 기지의 워커 장군 동상이나 대구에 있는 미군 기지 ‘캠프 워커’(Camp Walker)도 그를 기리는 의미가 담겨 있다.

최문호 워커장군부자추모사업회는 “워커 장군은 한국전쟁 때 대구 방어선이 무너지자 통신 시설 등을 옮기면서 지금의 부경대 ‘돌담집’에 18일간 머물렀던 인연이 있다”며 “함께 워커 장군 등 한국전 참전용사 넋을 위로하면서 부경대 돌담집을 워커장군 기념관 등으로 추진하기 위해 천도재를 열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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