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전’에 흔들리는 ‘정체성’, 중국 스타벅스의 고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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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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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한 스타벅스 매장

중국의 한 스타벅스 매장

예전에 한 잔 사던 돈으로 이제 커피 두 잔을 마실 수 있어요. 

중국 스타벅스가 쿠폰, 세트 메뉴 등 우회적인 방법으로 가격 인하에 나섰다. 저렴해진 가격에 일부 소비자들은 환영하지만, 스타벅스 공간이 갖는 이미지가 퇴색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지 저가 브랜드와의 경쟁 속에서 지방 소도시까지 매장 수를 빠르게 늘려가고 있지만, 매출은 오히려 줄면서 스타벅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매장은 늘었지만, 매출은 오히려 하락 

최근 스타벅스는 글로벌 매출 하락이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얼마 전 발표된 2024년 2분기 실적에 따르면, 스타벅스의 글로벌 매출은 85억 6000만 달러(약 11조 8342억 원)로 동기 대비 2% 하락했다. 순이익은 15% 감소한 7억 7000만 달러(약 1조 645억 원)로 집계됐다. 오프라인 매장의 성과를 나타내는 동일매장매출(SSS: Same-store sales)도 지난 2020년 이후 처음으로 하락했다.

주목할 만한 사실은 중국 매장의 매출이 11% 넘게 줄며 하락세가 특히 두드러졌다는 점이다. 올해 2분기, 스타벅스는 중국 신규 매장을 118개 늘렸다. 이는 동기 대비 14% 증가한 것으로 총 매장 수가 7093개로 집계됐다. 아이러니하게도, 중국의 매장 수는 늘었지만 매출은 되레 줄어들었다. 스타벅스 중국 지역 매출은 동기 대비 8% 감소한 7억 600만 달러(약 9780억 원)를 기록했다.

스타벅스 매출 하락의 주요 원인은 가격이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코로나 19 이후 몇 년 사이, 글로벌 소비가 둔화하면서 저가 커피가 대세로 떠올랐다. 상대적으로 비싼 스타벅스 커피는 자연스레 소비자의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사실, 중국 스타벅스는 지난 2021년부터 우회적인 방법으로 가격 혜택을 제공해왔다. 2023년에는 할인 쿠폰을 주력으로 내세웠고, 라이브 방송으로 한정 판매 혜택을 내세우기도 했다. 올해 들어서는 각종 공동구매 혹은 세트 메뉴의 방식으로 커피 한 잔을 20위안(약 3800원) 정도의 가격에 판매 중이다.

중국 스타벅스의 우회적인 가격 인하의 결과는 실적에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지난 1분기, 스타벅스의 매출과 동일매장 판매액 모두 플러스 성장했지만, 유독 중국 매장의 평균 객단가(1인당 평균 매입액)는 동기 대비 9% 줄어들었다. 이에 대해 스타벅스 중국 왕징잉(王静瑛) CEO는 객단가 하락의 주요 원인이 소비자 구매 빈도를 높이기 위한 가성비 판촉 활동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마작에 눈썹 문신까지…‘스벅’ 정체성 어디로? 

현재 중국 스타벅스의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는 현지 커피 브랜드들의 저가 공세 때문이다. 특히 루이싱(瑞倖) 커피를 필두로 현지 커피 브랜드들이 중국 소비자의 인식을 바꿔 놓았다는 분석이 많다. 루이싱 커피는 저가 전략과 중국의 차 문화를 녹여낸 메뉴를 성공시키며 지난해 1만 매장을 달성했다. 같은 해, 루이싱은 중국 내 매장 수와 매출액 모두에서 스타벅스를 제치고 중국 커피 전문점 왕좌를 차지했다.

차 문화가 발달한 중국의 특성상, 스타벅스는 커피 전문점뿐만 아니라 현지 차 음료 브랜드와도 경쟁해야 하는 운명이다. 주로 가성비를 내세워 지방 소도시를 공략하는 현지 브랜드들의 전략을 참고해, 중국 스타벅스도 지난해 9월 〈2025 중국 전략 청사진(2025中國戰略願景)〉을 발표했다. 향후 3년 내, 중국에 3000개 매장을 늘려, 총 9000개 매장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방 소도시 공략에서도 스타벅스는 기존 방침을 이어갔다. 우선, 입지 선정에 공을 들였다. 인구 유동량이 많고 번화한 장소를 고르되, 지역적 특색을 커피 문화에 녹여내는 데 주목했다. 그러나 스타벅스가 지방 소도시 구석구석까지 매장 수를 늘리면서, 4~5선 소도시에서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스타벅스 매장에서 바둑 혹은 마작판을 벌이거나, 심지어는 눈썹 문신을 하는 상인까지 나타난 것이다. 이에 대해, 기존 고객들은 “내가 알던 스타벅스가 아니다”라고 푸념한다.

이처럼 스타벅스는 현지 브랜드의 성공 사례를 참고해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고자 애쓰고 있지만, 중국 시장 매출 하락세는 여전히 돌이키지 못하고 있다. 피할 수 없는 가격전의 공세 속에서, 스타벅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고객 체험과 가격 경쟁력 사이의 균형점을 찾는 것이 앞으로 스타벅스가 넘어야 할 쉽지 않은 도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홍성현 차이나랩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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