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임용 일정 오는데…'미복귀자' 처분 고민 깊어지는 정부

중앙일보

입력

25일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에서 의료진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뉴스1

25일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에서 의료진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뉴스1

정부가 미복귀 전공의에 대한 처분을 앞두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다음 달까지 공고해야 하는 하반기 인턴·레지던트 모집을 위해선 복귀자와 미복귀자를 가려내야 해서다. 정부가 행정처분 강행·선처 등의 선택지로 고심하는 가운데, 전공의 복귀를 설득하기 쉽지 않을 거란 전망이 나온다.

25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전공의 임용 시험 지침에 따라 9월 수련을 시작하는 하반기 입사 인턴·레지던트를 선발하게 된다. 임용 지침상 다음 달까지 각 대학 측이 모집 대상과 일정 등을 확정해야 한다. 그러려면 수련병원별로 인원이 얼마나 필요한지 확인해서 모집 공고를 내야 한다. 빠르게 복귀자와 미복귀자를 구분해야 해당 인원을 산출할 수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전공의 복귀 여부와 그 처분을 두고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 앞서 4일 정부는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과 전공의에 대한 진료유지명령·업무개시명령을 철회했다. 전공의가 돌아오도록 설득하는 한편, 각 수련병원엔 미복귀자의 사직 처리를 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복귀 전공의에겐 면허정지 행정처분을 중단하고, 복귀하지 않는 전공의에 대한 향후 처분은 여론과 비상진료체계 상황을 고려해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이날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수련병원들에 "전공의들이 제 자리로 돌아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설득해줄 것을 간곡하게 요청한다. 복귀가 어려운 전공의에 대해선 조속히 사직 처리해서 6월 말까지 병원 현장을 안정화해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권병기 복지부 필수의료지원관은 "이번에 사직서 수리를 요청한 건 9월 모집 지원에 대한 절차를 진행하는데, 이런 부분(사직)이 확정돼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직서가 수리된 전공의가 하반기 임용에 지원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수련병원 등 의료계의 요청이 있어서 검토 중"이라면서도 "현장을 지킨 전공의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있기 때문에 현재까지는 정부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직 처리와 별개로 행정처분 딜레마는 여전하다. 미복귀자에게 면허정지 등을 내리지 않으면 기존 근무자나 복귀자 등과의 형평성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반면 처분을 강행할 경우 의대 교수의 사표 행렬 등 의료계 반발이 불가피하다. 복지부 관계자는 "계속 고민 중인데 쉬운 결정이 아니다. 데드라인을 딱 정하진 않았다"면서 "만약 미복귀자에 행정처분을 한다고 해도 통보·고지 절차와 수천 명의 인원을 고려하면 몇달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부 내부에선 하반기 임용 일정 등을 고려하면 결론이 빠르게 나올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키를 쥐고 있는 전공의들은 여전히 움직이지 않고 있다. 이들은 지난 2월 의대 증원 백지화 등을 담은 7대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정부는 전공의 처우 개선 등을 담은 필수의료 패키지를 내놨지만, 갈등의 핵심인 내년도 의대 정원을 두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복지부에 따르면 211개 수련병원의 전공의 출근자는 24일 기준 1046명으로 지난주와 비슷한 수준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전공의 복귀 추세가 최근 정체 상태다. 아무래도 전공의 입장이 달라지지 않는 게 고민거리"라면서 "관건인 내년도 의대 정원은 재논의할 수 없는 만큼 추가적인 설득 방안을 내놓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빅5' 병원에서 사직한 전공의 A씨는 "하반기 임용 공고는 신경 쓰지 않고 있다. 감정적인 골도 깊어진 만큼 어지간해선 돌아갈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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