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아닌 진짜 꽃? 100가지 꽃 말려 눌렀다, 압화의 매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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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으로도 이색적이고 훌륭한 예술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새로운 예술 세계를 널리 알리고 싶어요.”
25일 고양 아람누리도서관에서 만난 이영애 고양시농업기술센터 도시농업과장의 말이다. 이 과장은 25일부터 다음달 6일까지 이곳에서  ‘그 꽃’이란 주제로 자신이 직접 만든 압화 작품 35점을 전시 중이다. 이 과장은 “말려서 누른 다양한 꽃과 잎, 줄기를 활용해 만든 압화 작품은 실제 꽃밭이나 자연 속으로 들어와 있는 듯한 감흥을 느끼고, 생동감 넘치는 색다른 예술 세계를 경험하게 해 준다”고 말했다.

이영애 고양시농업기술센터 도시농업과장이 개나리, 개망초 등 100가지 꽃을 말려서 누른 소재로 가로 100㎝ 세로 57㎝ 크기로 제작한 ‘그 꽃’으로 이름붙인 꽃 세상을 표현한 압화 작품. 사진 고양시

이영애 고양시농업기술센터 도시농업과장이 개나리, 개망초 등 100가지 꽃을 말려서 누른 소재로 가로 100㎝ 세로 57㎝ 크기로 제작한 ‘그 꽃’으로 이름붙인 꽃 세상을 표현한 압화 작품. 사진 고양시

전시하는 작품 대부분은 이 과장이 지난 1~4월 숱한 밤을 새워가며 직접 제작한 것들이다. 대표작은 100가지의 꽃을 사용해 나비들이 노니는 꽃밭 풍경을 연출한 ‘그 꽃’이란 이름을 붙인 압화다. 이 작품에는 개나리·개망초·과꽃·메리골드·벌개미취·찔레 등 100가지 꽃을 말려서 누른 재료를 사용했다. 가로 100㎝, 세로 57㎝ 크기의 작품으로 꽃을 말리고 작품을 제작하는데 꼬박 열흘이 걸렸다.

‘코스모스, 엄마’라는 제목의 가로 82㎝ 세로 46㎝ 크기 작품 옆엔 이 과장이 쓴 같은 제목의 시(詩)도 전시돼 있었다. “엄마가 소녀처럼, 좋아하시던 꽃, 그리움처럼 살랑거린다. 서둘러 먼 길을 떠나신. 엄마의 얼굴은, 언제나 예순 즈음…내 안에서, 꽃이었다가, 눈물이었다가
하늘나라 하늘가에 핀, 엄마”란 시구가 눈에 띄었다.

압화 책자 ‘그 꽃’을 출간하고 경기도 고양시 아람누리 도서관갤러리 빛뜰에서 ‘그 꽃’이란 주제로 압화 작품 전시회를 개최한  이영애 고양시농업기술센터 도시농업과장. 전시회는 25일부터 7월 6일까지 열린다. 사진 고양시

압화 책자 ‘그 꽃’을 출간하고 경기도 고양시 아람누리 도서관갤러리 빛뜰에서 ‘그 꽃’이란 주제로 압화 작품 전시회를 개최한 이영애 고양시농업기술센터 도시농업과장. 전시회는 25일부터 7월 6일까지 열린다. 사진 고양시

이 과장의 압화 전시회는 이달 말에 마무리하는 37년 6개월 공직생활의 결산 성격이 강하다. ‘꽃의 도시’를 표방하는 고양시에서 이 과장은 지난 25년 동안 압화 연구와 보급 및 압화 작품 제작, 가구 등 압화 관련 상품 개발에 주력해왔다. 세계압화공예대전 행사의 기획, 압화산업대학을 운영 등도 그의 몫이었다.

고양시 화훼산업의 해외 홍보를 위해 일본 도쿄플라워엑스포와 독일 에센원예박람회에 참가해 압화 전시회를 열어 고양시 압화의 뛰어난 예술성을 인정받기도 했다. 2007년에는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국립예술센터에서 고양시 압화연구회 회원들과 제작한 압화 200점과 비모란을 비롯한 선인장, 양란 등을 전시해 우즈베키스탄 현지의 찬사를 받았다.

이영애 고양시농업기술센터 도시농업과장이 출간한 압화 책자 ‘그 꽃’. 사진 고양시

이영애 고양시농업기술센터 도시농업과장이 출간한 압화 책자 ‘그 꽃’. 사진 고양시

이 과장은 압화 책 출간과 전시회 개최 이유에 대해 “인생은 꽃밭과 같아서 피는 날도, 시드는 날도 있고, 비바람에 꺾이는 날도 있으며 누구나 마음속에 간직한 나만의 꽃 이야기가 있을 것”이라며 “언젠가는 너무 좋아하는 그 꽃과 고양시를 대표하는 꽃에 대한 이야기를 압화로, 글로 표현해 보고 싶어 퇴직이라는 새로운 출발점에서 마련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꽃과 압화를 활용하는 치유농업이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마당이어서 ‘그 꽃’ 책자에서는 압화 작품과 함께 지나온 시간과 추억들을 꽃으로 받아 적고 글로 표현하면서 삶의 성찰과 치유의 이야기도 담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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