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가족] 지역의료 허리 역할 담당, 내년 초 150병상 종합병원으로 도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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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탐방] 사랑플러스병원

관절·척추 외 내과·뇌신경·재활 등
8개 진료과와 7개 전문센터 운영
세부 전문성 토대로 맞춤형 진료

중소병원은 국내 의료체계의 ‘허리’로 불린다. 의원 등 1차 의료기관이 소화하지 못하는 환자를 포함해 중증 환자 치료까지 담당하는 곳이 바로 중소병원이다. 2차 의료기관으로서 지역 사회에 뿌리내려 가족 주치의의 역할을 수행한다. 하지만 동네의원과 대형병원의 틈에서 중소병원을 제대로 운영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실제로 중소병원은 그동안 하나둘 자취를 감춰왔다. 이런 가운데 사랑플러스병원은 국내 대표 중소병원으로서 꿋꿋하게 자리매김하고 있다. 사랑플러스병원 국희균 병원장은 “2차 의료기관에서도 충분히 숙련된 치료를 받을 수 있지만, 치료 시설을 갖춘 중소병원 수가 턱없이 부족하다”며 “중소병원이 제대로 작동해야 지역의료가 살고 국내 의료전달체계가 바로잡힐 수 있다”고 강조했다.

중소병원의 역할론이 커졌다. 최근 의료 대란의 여파로 지역 중소병원이 의료 공백을 메우는 버팀목 역할을 톡톡히 해내면서다. 서울 강동구에 위치한 사랑플러스병원도 그중 하나다. 관절·척추 중심 병원으로 잘 알려졌지만 병상 규모와 진료 분야를 지속적으로 확대하면서 종합병원 수준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코로나 감염병 사태 때도 의료 공백을 메우는 일에 최선을 다했다. 올해로 개원 21주년을 맞은 사랑플러스병원은 종합병원으로 확장하기 위한 새로운 도약에 나섰다. 현재 95병상인 병상 수를 내년 초까지 150병상으로 늘려 종합병원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이에 더해 최신 장비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우수한 의료진을 영입해 전문 진료센터도 확대한다. 국 병원장은 “종합병원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대대적으로 신관을 리모델링하면서 1인 입원실과 중환자실, 검사실, 응급진료 체계를 마련할 예정”이라며 “기존 전문 분야였던 관절·척추 치료와 함께 2차 의료기관으로서 지역의료의 허리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로봇 인공관절 수술 해외서도 배우러 와

병원 운영의 성패는 ‘실력’과 ‘원칙’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갖은 이유로 유명세를 얻어도 공고한 실력과 원칙이 없으면 무너지는 건 시간문제다. 사랑플러스병원은 이 두 가지 성공 요소로 무장한 지역의 대표 의료기관이다. 특히 국 병원장은 로봇 인공관절 수술 분야의 대가로 꼽힌다. 로봇 수술에 대한 인식이 낮았던 2003년부터 다양한 로봇을 활용한 인공관절 수술을 집도하며 독보적인 전문성을 쌓았다. 로봇 인공관절 수술의 발전을 이끈 터줏대감인 셈이다. 국 병원장은 “2017년 로봇 인공관절 수술 트레이닝센터로 지정돼 국내외 의료진에게 수술법을 전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협진 시스템도 눈에 띈다. 사랑플러스병원은 관절·척추는 물론 내과와 뇌신경, 재활, 검진, 국제 진료까지 다양한 분야를 아우른다. 현재 16명의 전문 의료진을 필두로 8개의 진료과와 7개 전문센터를 운영 중이다. 각각 세부 전문성을 토대로 환자 상태에 맞는 특화 진료를 이어가고 있다. 매주 모든 진료과목 전문의가 모여 다학제 회의에 참여한다. 중소병원에선 보기 드문 모습이다. 국 병원장은 “환자들의 치료 만족도를 끌어올리기 위해선 의료진 간 활발한 협진과 소통이 필수적”이라며 “대학병원에서 퇴원·전원한 암 환자도 모여 케어를 받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내과 진료를 확대한 결과, 진료 환자의 범위가 크게 달라졌다. 코로나19 이전까진 관절·척추 질환 환자가 주를 이뤘지만, 현재는 내과 진료 환자가 전체 환자 수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사랑플러스병원의 진료 원칙은 명확하다. 어떤 상황이든 ‘환자를 끝까지 책임지고 돌보는 것’이다. ‘인력이 부족해서’ ‘치료가 까다로워서’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벼랑 끝에 내몰리는 환자가 적잖다. 고령이거나 재수술 환자라면 특히 그렇다. 치료가 가능한 병원이 없어 통증을 감내할 수밖에 없다. 사랑플러스병원은 환자를 가려 받지 않는다. 그래서 이 병원을 찾는 환자는 마지막 치료 희망을 안고 병원 문을 두드리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사랑플러스병원은 2019년 107세 최고령 환자의 전층 피부 이식술과 93세 환자의 양쪽 무릎 인공관절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국 병원장은 “위험 부담이 따르더라도 환자의 치료를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는 병원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며 “사랑플러스병원이 그 역할을 기꺼이 담당하면서 지역 사회의 자랑이 되는 병원으로 나아가려 한다”고 말했다.

전문센터 연계 강화해 전신 회복 이끌어

사랑플러스병원의 치료 프로토콜은 철저히 환자 중심으로 이뤄져 있다. 치료 이후 재활까지 통합적인 관점에서 환자를 관리한다. 환자가 수술 후에도 통증 없이 일상을 회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수술이 어려운 환자여도 예외는 없다. 병원을 자주 오갈 수 없는 환자에겐 그에 맞는 맞춤형 관리법을 전수한다. 국 병원장은 “전문센터별로 연계를 강화하면서 환자의 전신 회복을 이끌고 있다”며 “환자의 고충을 헤아려 의료비, 내원 횟수 등 부담을 최소화하고 치료 효과는 극대화하는 의료 서비스를 선보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병원의 운영 철학은 사회공헌 활동으로도 이어진다. 사랑플러스병원은 의료 나눔을 적극적으로 실천하기 위해 2014년 의료 NGO 단체를 설립했다. 사단법인 ‘더 러브 브릿지’의 시작이다. 병원은 이 단체를 통해 매년 정기적인 의료 봉사를 이어오며 의료 소외 지역민에게 인술을 베풀고 있다. 해외 진료 봉사와 의약품 지원 사업, 보건소 지원 사업, 의료비 지원 사업 등을 활발히 진행 중이다. 국 병원장은 의료구호 활동에 지원해 온 공로를 인정받아 2017년 ‘제33회 보령의료봉사상’ 본상을 받기도 했다. 국 병원장은 “수익성만 따졌다면 꾸준히 의료 봉사를 실천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봉사를 통해 의료 소외 계층을 돌보면서 희망을 전하는 것이 의료인의 마땅한 소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믿고 찾아온 환자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초심 잃지 않을 것”

[인터뷰] 국희균 사랑플러스병원 병원장

의료인의 이름 뒤엔 항상 따라다니는 수식어가 있다. 바로 ‘책임감’과 ‘사명감’이다. 하지만 모두에게 낭만 닥터가 되길 요구할 순 없다. 이들 요건은 자발적인 헌신과 태도로만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희균 사랑플러스병원 병원장의 진료 발자취는 책임감과 사명감으로 점철된다. 30여 년 넘게 지역 사회의 의료 서비스 향상을 위해 힘써 왔다. 국 병원장에게 남다른 진료 철학을 물었다.

사랑플러스병원의 역할은 뭔가.
“지역 사회와 의료계에 보탬이 되는 2차 의료기관이 되는 것이다. 1차 병원과 3차 병원 사이에서 2차 의료를 맡아줄 아성급 병원들이 점차 줄고 있다. 강동구와 송파구만 해도 치료시설을 갖춘 중소병원은 1~2개에 그친다. 사랑플러스병원은 환자들이 자신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종합병원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목표다. 멀리서 우리 병원을 찾은 환자를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다.”
향후 병원이 나아갈 구체적인 방향이 궁금하다.
“일단 내년 초까지 병상 수를 1.5배 확대할 계획이다. 이로써 환자에게 질 높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2차 병원으로서 대학병원과 협력해 환자의 입원과 재활을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도울 방침이다. 각 분야에서 저명한 의료진을 영입하고 장비를 마련해 진단과 치료에 필요한 효율적인 통합 시스템을 구축하려 한다. 또 다른 한 축으로는 응급진료와 중증 질환 치료 역량을 강화함으로써 치료의 다각화를 이룰 예정이다.”
재원 확보와 신뢰를 얻는 게 급선무일 것 같다.
“그렇다. 가장 중요한 해결 과제이면서 어려운 문제다. 하지만 환자를 최우선으로 삼는다는 핵심 가치를 잃어버리지 않으면 결국 큰 뜻이 모일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렇게 선한 마음이 하나둘 모이다 보면 의료체계의 선순환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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