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청년 고용, 일·구직 안하고 39만8000명 그냥 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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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청년층에서 계약 기간이 1년 이상인 상용직 근로자 수가 1년 전 대비 20만명 가까이 급감했다. 특별한 질병이 없는데도 일이나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 ‘쉬었음’ 청년도 9개월 만에 다시 늘어났다. 기업에서 공채보다 경력직 채용을 중시하는 데다가 하반기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청년층 고용에 ‘경고등’이 켜졌단 우려가 나온다.

23일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마이크로데이터에 따르면 지난달 15~29세 청년층 임금근로자 중 상용근로자는 235만3000명으로 조사됐다. 1년 전보다 19만 5000명 줄어든 수준으로 2014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청년층 인구 감소를 고려하더라도 지난해 5월 1만 명 감소한 것보다 감소 폭이 눈에 띄게 확대됐다.

청년층 고용 감소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기저효과가 꼽힌다. 임경은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코로나19가 잦아든 뒤 청년 상용직 고용이 급격히 늘었다. 고점을 찍은 뒤 지난해부터 기저효과로 다소 줄어든 것”이라고 말했다. 5월 기준 2020년 224만9000명이었던 청년층 상용직은 2022년 255만8000명까지 확 늘었다가 지난해부터 감소 중이다.

기업들의 신입 채용 방식이 변화한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전체 채용에서 신입(경력 신입직 제외)이 차지하는 비율은 2019년 47%에서 지난해 40.3%로 줄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공채 제도를 유지 중인 매출 1조원 이상 기업 86곳을 설문 조사한 결과 5곳 중 1곳은 올해까지만 공채를 유지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간 국내 기업들의 대표적인 신입 채용 방식은 ‘정기공채’였지만 이제는 ‘경력직 채용’을 우선하면서 상대적으로 경험이 없는 청년들이 밀리고 있는 것이다.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하반기 경기가 불확실한 점도 기업들의 고용을 위축시키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과거보다 워라밸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청년층의 중소기업 기피 현상이 커진 점도 취업을 지연시키는 요소로 꼽힌다. 지난해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임금근로자 부가조사’에 따르면 직업선택 시 주요 고려사항으로 근무여건(31.5%)을 택한 이들이 임금(26.8%)을 넘어섰다.

박영범 교수는 “청년층의 경우 한 번 발을 담그면 빠져나오기 힘들다. 첫 단추를 잘 끼우기 위해 취업을 미루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달 청년층 중 일도 구직활동도 하지 않는 ‘쉬었음’ 인구는 1년 전보다 1만3000명 늘어난 39만8000명으로 집계됐다.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두 번째로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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