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경기 만의 홈런 대단하지만…" 장재영에게는 시간이 필요하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3경기 만에 홈런이 나오다니, 대단하다."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 외야수 장재영(22)은 최근 야구계에 뜨거운 화제를 일으켰다. 투수에서 야수로 전향한 지 한 달 밖에 안 된 그가 KBO리그 3경기 만에 첫 홈런을 터트리면서 '천재'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22일 고척 롯데전에서 프로 데뷔 첫 홈런을 때려낸 키움 장재영. 그는 투수에서 타자로 전향한 지 한 달 만에 1군에 올라와 3경기 만에 홈런을 터트렸다. 고봉준 기자

22일 고척 롯데전에서 프로 데뷔 첫 홈런을 때려낸 키움 장재영. 그는 투수에서 타자로 전향한 지 한 달 만에 1군에 올라와 3경기 만에 홈런을 터트렸다. 고봉준 기자

장재영은 지난 22일 고척 롯데 자이언츠전에 9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롯데 외국인 에이스 에런 윌커슨을 상대로 홈런을 쳤다. 팀이 0-2로 끌려가던 3회 선두타자로 나선 그는 볼카운트 2볼에서 윌커슨의 높은 컷패스트볼(커터)을 공략해 타구를 왼쪽 담장 밖으로 날려보냈다. 타구 속도는 시속 178㎞, 비거리는 125m였다.

장재영은 23일 경기를 앞두고 "홈런이 생각보다 일찍 나왔다. 좋은 투수(윌커슨)를 상대로 홈런을 쳐서 더 좋았다"며 "유리한 볼카운트여서 빠른 공은 놓치지 말자는 생각으로 기다렸다. 점점 나만의 스트라이크존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했다. 그는 또 "코치님들이 '다음 타석(5회 윌커슨 상대로 풀카운트에서 볼넷 출루)에서 볼넷을 얻은 게 더 좋았다'고 칭찬하신 게 기억에 남는다"며 "바깥쪽 유인구에 속지 않으려고 했는데 바로 그 공을 골랐다. 나도 그 볼넷이 더 기분 좋다"고 했다.

22일 고척 롯데전에서 프로 데뷔 첫 홈런을 때려낸 키움 장재영의 첫 홈런 기념구. 그는 투수에서 타자로 전향한 지 한 달 만에 1군에 올라와 3경기 만에 홈런을 터트렸다. 고봉준 기자

22일 고척 롯데전에서 프로 데뷔 첫 홈런을 때려낸 키움 장재영의 첫 홈런 기념구. 그는 투수에서 타자로 전향한 지 한 달 만에 1군에 올라와 3경기 만에 홈런을 터트렸다. 고봉준 기자

장재영은 덕수고 시절 시속 150㎞ 중반대 강속구를 뿌린 특급 투수 유망주였다. 2021년 1차 지명을 받고 키움에 입단하면서 계약금 9억 원에 사인했다. 그러나 그는 고질적인 제구 불안에 발목을 잡혀 좀처럼 자리를 잡지 못했다. 올해는 개막 전부터 팔꿈치 통증을 호소하다 끝내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결국 그는 지난달 9일 투수를 포기하기로 결심하고 본격적으로 배트를 잡았다.

장재영은 그 후 한 달 간 퓨처스(2군)리그 19경기에서 홈런 5개를 치고 13타점을 올렸다. 타율은 0.232에 그쳤지만, 거포 잠재력은 보여줬다. 2군에서 보고를 받던 홍원기 키움 감독은 결국 장재영의 기량을 직접 확인하기로 마음 먹었다. 장재영은 그렇게 지난 20일 청주 한화 이글스전에 앞서 '외야수'로는 처음으로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첫날부터 곧바로 선발 출장해 강렬한 인상도 남겼다. 2-0으로 앞선 4회 2사 1루 두 번째 타석에서 한화 강속구 선발투수 문동주의 바깥쪽 낮은 직구를 깨끗하게 밀어 쳐 우익선상 2루타를 만들어냈다. 데뷔 첫 안타를 장타로 장식했고, 볼넷도 두 차례 얻어냈다. 다음 경기인 21일 롯데전에선 4타수 무안타로 돌아섰지만, 22일 다시 홈런으로 존재감을 뽐냈다. 다만 23일엔 처음으로 7번 타순에 기용됐다가 다시 4타수 무안타 4삼진으로 돌아섰다.

22일 고척 롯데전에서 프로 데뷔 첫 홈런을 때려낸 뒤 타구를 바라보는 키움 장재영. 사진 키움 히어로즈

22일 고척 롯데전에서 프로 데뷔 첫 홈런을 때려낸 뒤 타구를 바라보는 키움 장재영. 사진 키움 히어로즈

프로야구 선수가 포지션을 바꿔 성공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성인이 되면서 골격과 근육이 이미 자리를 잡은 상태라 더 그렇다. 투수와 야수는 사용하는 근육이 다르다. 투수는 수직 회전력으로 공을 던지고, 타자는 수평 회전력으로 타격한다. 배트를 쥐고 공을 때린 뒤 폴로스루까지 힘을 유지하려면 악력(握力)도 키워야 하고, 타격 시 회전력을 높이기 위해 허리와 하체 근육도 집중적으로 단련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기본적으로 좋은 몸과 유연성을 타고난 선수여야 이런 변화에 빨리 적응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승엽·이대호·나성범(KIA 타이거즈) 등 투수로 프로에 뽑혔다가 야수에 전념하면서 대성한 선수들이 모두 그랬다. 내로라하는 '천재형' 선수였던 이들조차 첫 시즌엔 적응기를 거치다 3년 차에 처음 20홈런을 넘기면서 궤도에 올랐다. 인상적인 스타트를 끊은 장재영에게도 아직은 시간이 더 필요할 수 있다.

홍원기 키움 감독은 같은 이유로 "아직 정확한 평가는 내리지 않겠다"며 판단을 유보했다. 홍 감독은 "야구 재능은 분명히 있는 선수다. 3게임 째에 홈런이 나온 것도 대단하다"면서도 "좀 더 경기를 소화한 뒤에 판단해도 늦지 않다"고 강조했다. 장재영도 "나는 이제 타격 기술을 하나씩 배우는 단계"라고 몸을 낮췄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