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세 비례의원에 정년연장까지…황우여 '노익장 정치' 노림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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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여야에 8090세대의 비례대표 공천을 제안했다. 정치권에선 민감한 정년 연장까지 화두로 꺼내며 노년층 표심을 정조준했다는 평이 나온다.

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황 위원장은 20일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노인 문제는 노인이 해결하도록 정치 참여를 보장해야 할 것”이라며 “80대, 90대 모든 연령층을 비교해서 비례대표에서 고려돼야 한다. 당은 이에 대해 신중한 고려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 비례대표는 통상 여성·청년·장애인 등 약자와 전문가의 몫이었다. 2018년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이 “만 65세 이상 노인을 우대하겠다”고 밝혔지만, 8090세대의 비례대표 공천을 보장해주자는 주장은 황 위원장이 사실상 처음이다. 황 위원장의 행보가 주목을 받는 이유다.
황 위원장은 당사자주의를 강조하며 “노인층 문제를 다른 연령대 의원에게 부탁해 해결하는 구도는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 위원장은 지난 10일 대한노인회를 예방하며 “90대 1명, 80대 2~3명이 비례대표로 들어오도록 배려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황 위원장은 한발 더 나아가 ‘정년 연장’ 추진도 제안했다. 그는 “최고의 복지는 일자리”라며 “미국과 영국은 정년 자체를 없앴다. 일할 수 있는 건강한 노인을 연령으로 취업을 금지하는 것은 또 다른 차별로 위헌성을 부인할 수 없다”고 했다. 현행 법정 정년은 만 60세로 노인 일자리와 노후 소득 안전망 구축 차원에서 정년 연장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일부 인력난을 해소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높은 인건비가 걸림돌이다.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지난 2월 1차 회의를 열어 정년 연장 의제를 논의하기로 뜻을 모았지만, 구체적인 논의는 시작도 못 했다.

 노인을 겨냥한 황 위원장의 이 같은 행보를 두고 당내에선 개인적인 정치적 의지와 연결 짓는 해석도 나온다. 1947년생인 황 위원장은 올해 77세다. 1996년 비례대표로 정치권에 입문한 뒤 내리 5선을 했지만 2016년 20대 총선에서 낙선했다. 당 상임고문을 맡으면서 원로로 활동해온 그는 22대 총선에서는 인천 연수갑 출마를 검토하며 현실 정치에 대한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지난달 3일 비대위원장 취임 후 봉하 마을을 찾고 이명박·문재인 전 대통령을 찾는 등 여야를 아우르는 행보를 이어가자 일각에서는 “차기 국무총리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보수 논객인 신평 변호사는 지난 4일 YTN 라디오에서 “황 위원장을 차기 당 대표로 옹립하는 것도 가능성이 있다”며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대항마로 황 위원장을 꼽기도 했다.

 이에 대해 황 위원장은 “노인층은 거의 절대적으로 보수당을 지지하는데, 정작 그분들의 의사를 직접 반영할 창구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욕 먹어도 괜찮다. 나 같은 사람이 아니면 꺼내기 어려운 의제”라며 “70대 이상 인구가 20대 인구를 작년에 처음 앞섰다. 초고령 사회에서 건강한 노인들이 노동도 더 많이 담당하고, 정치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하나의 해법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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