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최정혁의 마켓 나우

자사주 매매에 담긴 내부자들의 투자심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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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최정혁 한양사이버대 경제금융자산관리학과 교수

최정혁 한양사이버대 경제금융자산관리학과 교수

삼성전자 임원들이 이달 들어 자사주 매입에 나섰다. 공시에 따르면 임원 6명이 약 11억원 규모의 주식을 매입했다. 큰 금액은 아니지만, AI 관련주의 고공행진에서 소외됐던 삼성전자 주주들에겐 희망의 불씨일 수도 있다. 기업의 경영진과 주요 주주 등 내부자의 자사주 매입은 주가의 바닥 신호로 해석되는 경향 때문이다. 내부 사정에 밝은 임원들의 자사주 거래는 주가 상승 기대를 키운다.

내부자와 외부 주주 사이의 ‘정보 비대칭’은 내부자의 자사주 거래에 큰 이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시각이 많다. 외부 주주보다 내부자는 비공개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높은 데다, 같은 공개 정보를 접해도 주가에 대한 영향을 파악하는 데 유리하다는 것이다. 이런 믿음으로 투자자들은 주가의 적정성을 판단하고 변곡점을 찾기 위해 내부자의 자사주 거래에 주목한다.

그렇다면 내부자들의 실제 거래 성과는 어떨까. 주요 실증 연구 결과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발견된다. 첫째, 내부자의 자사주 ‘매입’은 유의미한 초과 수익률, 즉 주가지수를 초과하는 수익률로 이어졌으나 ‘매각’의 성과는 그렇지 않았다. 이미 상당한 규모의 자사주를 보유한 내부자들이 추가 매입에 나서는 것은 정보 우위에 따른 자신감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매각은 정보에 기반을 둔 판단 외에도 자산 분산이나 현금 확보 등 거래 동기가 워낙 다양하다. 지난해 말 미국 메타의 최고경영자 마크 저커버그는 자선단체 기부라는 지극히 사적인 이유로 약 5억 달러 규모의 자사주를 매각했다. 둘째, 거래 주체의 직위가 높을수록 성과가 좋았다. 이는 내부자의 정보 우위에도 직위에 따라 차이가 있음을 의미한다. 셋째,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성과가 좋았다.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 대한 시장의 정보가 제한적이라 중소기업 내부자는 더 큰 정보 우위를 누린다.

독일 울름대 안드레 귀틀러 교수의 논문 “S&P500 기업 내부자 거래 집계 데이터와 국제 주식 프리미엄 예측 가능성”(2023)은 투자자들이 비교적 쉽게 활용할 수 있는 내부자 거래 지표 하나를 제시한다. S&P500에 속한 전체 기업 내부자의 월별 자사주 총 거래 건수 중에서 순 매입 건수(매입 건수-매각 건수)의 비중이다. 내부자들이 자사주에 대해 얼마나 낙관적인지를 나타내는 이 통합 지표는 향후 1개월부터 12개월까지 S&P500 지수의 수익률에 대해 예측력이 높았다. 흥미롭게도 해외 주식시장에 대한 예측력도 높게 나타났다. 내부자의 자사주 거래가 2일 이내에 공시되는 미국에서는 이와 유사한 내부자 거래 지표를 다수의 투자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S&P500 기업 내부자의 투자심리를 읽어 주식투자 승률을 높여보자.

최정혁 한양사이버대 경제금융자산관리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