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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미스터리를 깊숙이 끌어안아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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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권석천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권석천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살다 보면 전혀 예기치 못한 일들과 맞닥뜨리게 된다. 그럴 땐 대체 무슨 영문인지 묻게 된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거지? 내가 뭘 잘못해서 이런 거지? 때로는 답을 얻기도 하지만 그러지 못할 때도 있다.

영화 ‘시리어스 맨’의 주인공 래리는 현실의 우리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유대인인 그는 대학에서 물리학을 가르치며 착실하게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당혹스러운 일들이 벌어진다. F학점을 받은 학생이 몰래 돈 봉투를 놓고 간 뒤 협박을 한다. 아내는 “다른 남자가 내 인생에 들어왔다”며 이혼을 요구한다. 거실 소파에 얹혀사는 동생이 사고를 치는 바람에 경찰이 찾아온다.

왜 불행은 한꺼번에 덮쳐오는 것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잘못한 게 떠오르지 않는다. 그는 신에게 묻고 싶다. “내게 왜 이런 일들이 일어나죠?” 랍비는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다. “일종의 치통 같은 거예요. 한동안 아프다가 사라지죠.” 그래도 래리는 정답을 알고 싶다. “(신은) 답도 주지 않을 거면서 왜 의문을 갖게 하시죠?”

랍비는 “모든 일을 단순하게 받아들이라”고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그러기가 어렵다. 인과응보의 세계관에 길들여져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결과가 있으면 원인이 있어야 하고, 그 원인을 찾아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식이다. 하지만 산다는 것이 어디 인공지능처럼 스마트하기만 할까.

기억하라. 눈앞에 다가온 것이 행운인지 불운인지 알지 못하고, 단돈 20달러에 아웅다웅하다 토네이도 앞에 서게 되는 것이 우리네 인생임을. 가끔은 어찌할 수 없는 순간들을 견뎌내며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음을.

우린 어차피 이 지구에 던져진 존재들이다. 미스터리는 필요조건인지 모른다. 삶에 내재된 미스터리를 받아들여라. 아니, 깊숙이 끌어안아서 나의 것으로 만들어라. 뒤돌아보지 말고 그 망망대해로 뚜벅뚜벅 나아가라.

권석천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